그날 밤 이태원 간 외국인 100여명…재난문자 보내도 실효성 의문

전용 앱 '이머전시 레디'
다운로드 받아야 번역 안내 발송

이태원 클럽 집단 감염 영향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히 늘고 있는 11일 서울 용산구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외국인이 의료진의 안내를 받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4월24일부터 5월6일까지 이태원 내 클럽이나 상업시설, 익선동(종로구), 논현동(강남구) 등을 방문했다면 외출을 자제하고 즉시 관할 보건소 상담센터로 연락해야 한다."

행정안전부가 개발한 외국인 전용 재난정보 안내 애플리케이션(앱) '이머전시 레디'에는 12일 오전 8시부터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발송한 이 같은 내용의 영문 긴급재난알림 문자가 수시로 올라왔다. 이태원 클럽을 비롯한 서울 유흥시설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최근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속출하자 해당 기간 이곳을 방문했던 외국인들도 진단검사를 받고 자가격리를 지켜달라고 안내하기 위해서다.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우리말로 긴급재난문자를 작성하면 한국관광공사의 1330 관광통역안내전화 콜센터에서 이를 번역해 이머전시 레디 앱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행안부와 관광공사의 업무협약에 따라 지난해 12월부터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방한 외래 관광객에게도 영어와 중국어로 긴급재난문자 번역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정부 관계자는 "휴대폰에 앱을 내려받은 외국인에 한해서만 긴급재난문자 번역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며 "이 경우가 아니라면 해당 지역 방문 외국인이 관련 뉴스를 보거나 지자체에서 일일이 개별 연락을 해 검사를 안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어와 중국어 외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외국인들에 대한 안내도 이 앱을 통해서는 제공되지 않는다.

방역당국과 지자체는 이태원 클럽발(發) 코로나19 환자의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촌각을 다투고 있다. 전날 기준 해당 기간 이태원 클럽을 다녀간 이는 내외국인을 포함, 5517명으로 파악됐는데 외국인은 100여명으로 집계됐다. 서울시는 연락처가 확보된 외국인 28명에게 자체적으로 영문 안내 문자를 발송해 일부는 검사를 받았으나 소재 파악조차 쉽지 않은 경우가 이보다 많다.

이태원이 평소 외국인들에게 관광명소로 꼽혀 실제 방문자 수가 이보다 증가하거나 클럽 방문 시 작성한 연락처가 허위일 가능성도 있다. 전병율 차의과대 보건산업대학원장은 "과거 신종인플루엔자 등 감염병 유행 당시에도 외국인에 대한 관리 추적은 매우 까다로웠다"며 "이태원 클럽을 다녀간 외국인과의 혹시 모를 접촉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역사회 내에서 방역수칙을 지키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짚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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