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뷰'보다 비싼 안쪽 집?… '들쭉날쭉' 공동주택 공시가 논란

현장과 동떨어진 산정기준에 이의신청 3만7410건으로 급증

고가주택 현실화율 더 높여 조세형평성 훼손 지적도
"가격 기준 투명하게 공개해야"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에 거주 중인 A씨는 29일 발표된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보고 의아했다. 프리미엄이 있다고 평가받는 단지 북쪽 한강변 아파트가 특이사항이 없는 단지 안쪽 집보다 공시가격이 오히려 더 낮게 책정됐기 때문이다.

이 단지 내 한강 조망이 가능한 동 17층에 위치한 84㎡(전용면적)의 올해 공시가격은 13억9500만원으로 공시됐다. 단지 안쪽 같은 향 같은 층 가구의 14억3100만원보다 3600만원이나 낮다. 그는 "단지 내 84㎡만 해도 한강 조망이 가능한 집은 2억원 안팎 비싸게 거래된다"며 "그럼에도 공시가격은 오히려 더 낮다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이의 신청 접수를 거쳐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확정, 발표하면서 공시가격 산정 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를 내걸며 올해는 공시가격을 무려 6% 가까이 올렸는데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비판이 이어지며 불만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올해 평균 14.7% 올랐고 대전도 14.03%로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문제는 공시가격 인상이 고가주택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올해 9억원 이상 고가주택의 공시가는 21.12% 올랐다. 특히 15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의 경우 공시가격 상승률이 15억원 이상~30억원 미만은 26.15%, 30억원 이상은 27.40%로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강남권에서는 40% 안팎 오른 곳도 속출했다.

올해 서울 자치구별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률 (제공=국토교통부)

주택 보유자들은 지난해 집값 상승 폭이 큰 만큼 공시가격 인상 자체는 불가피하지만 '들쭉날쭉' 인상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서초구 반포동에 주택을 소유한 B씨는 "같은 단지 안에서도 위치나 층, 향, 평면에 따라 거래 가격이 많게는 수억 원씩 차이가 나는데 공시가격 산정에 이 같은 점이 제대로 반영됐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국토부와 한국감정원이 과거 밝힌 입장을 고려하면 가격 산정이 주먹구구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더 어렵다. 실제로 지난해 공시가격 산정 과정에서 감정원은 성동구 소재 한강변 아파트 공시가격을 하향 조정하면서 "층별 효용 격차 및 시장 상황 변동에 따른 시세하락분 추가 반영 필요성이 인정됐다"고 배경을 밝혔다. 단지 인근에 초고층 주상복합이 새로 들어서면서 한강 조망권 등 요인이 악화돼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한강뷰 등 조망권이 공시가격 산정의 주요 지표 중 하나임을 인정한 셈이다.

매년 불거지는 논란이지만 명확한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정부가 '깜깜이 산정'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경우 주변 거래 사례를 기초로 공시가격을 산정하지만 정부는 구체적 기준을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 가격 산정을 담당하는 감정원의 업무 과중도 문제다. 이번에 공시가격 산정 대상이 된 가구는 전국 1383만 가구이지만 산정 담당 인력은 550명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시세구간별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 (제공=국토교통부)

일각에서는 정부가 입맛대로 공시가격을 산정해 조세의 형평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9억원 미만 주택은 68.1%, 9억원 이상은 72.2%로 시세 반영률을 차등화하면서 인위적으로 고가주택의 공시가격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에 대한 이의신청이 지난해 2만8735건 대비 30%나 급증한 3만7410건에 달했지만 이중 받아들여진 것은 915건으로 2.4%에 그쳤다. 지난해 수용률이 21.5%이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진 수준이다. 상향 의견의 경우 2124건 중 6.1%(130건)가 수용된 데 비해 하향 의견은 3만5286건 중 2.2%(785건)만 받아들여진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시가격이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다양한 세금과 건강보험료 등의 과세표준이 되는 만큼 산정 과정의 투명성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평가 업무를 하지 않는 감정원이 공시가격 산정을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현장과 맞닿아 있지 않은 기준을 적용하는 한 문제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실제 평가를 하는 감정평가협회에서 산정토록 하고 관련 기준 역시 모두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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