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국물 묻은 플라스틱 그대로…' 아파트, 분리수거 갈등 [한기자가 간다]

최근 서울 한 아파트 관리실, 입주민에 '분리수거' 철저 당부
떡볶이 담긴 플라스틱 용기 비닐 분리안하고 그대로 배출
입주민들 "일부 주민의 경우 재활용 분리 안 해" 불만

서울의 한 아파트 분리수거장.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일부 아파트에서 재활용품 분리수거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얼굴을 붉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관리실 측은 입주민들에게 분리수거 규칙을 준수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안내문을 공지했다. 경비원들은 현장에서 적발하지 않는 이상, 개선이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최근 서울의 한 아파트 관리실은 입주민을 대상으로 재활용품 분리수거를 잘해달라는 취지의 안내문을 배포했다. 공지문에 따르면 관리실은 "재활용수거장이 아닌 흡사 쓰레기장을 보는 것 같다"면서 "재활용품들은 지정된 장소에 배출해달라"고 안내했다. 이어 "여러분의 작은 배려가 아파트의 품격을 높일 수 있다"며 분리수거 배출 요령을 꼭 준수해달라고 당부했다.

재활용품 분리배출은 1995년 쓰레기 종량제를 시행을 시작으로 2002년 '분리배출 표시 제도에 관한 지침'(현 재활용가능자원의 분리수거 등에 관한 지침)에 따라 분리배출을 의무화 했다. 이 법에 따르면 시장·군수·구청장은 집하선별장에 이송된 재활용가능자원을 세부품목별로 선별하여 최종폐기물의 발생이 최소화되도록 하여야 한다.

재활용되는 품목은 △종이류는 신문지, 책, 노트, 복사지, 종이팩, 달력, 포장지, 종이컵, 우유팩, 종이상자류. △병류는 음료수병, 주류병, 드링크병, 기타병. △캔류는 음료용캔, 식품용 캔, 분유통, 통조림통. 고철류는 공구, 철사, 못, 철판, 쇠붙이, 알루미늄, 스텐, 알루미늄 샷시등 비철, 철 종류 등이다.

재활용이 어려운 품목도 있다. 열에 잘 녹지 않는 플라스틱용기, 전화기, 소켓, 전기전열기등, 단추, 화장품용기, 식기류등,복합재질용기 PVC건축자재 등이다.

서울의 한 아파트 분리수거장.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문제는 재활용될 수 있는 품목이 분리배출이 잘 이행되지 않아, 사실상 쓰레기로 처리돼 낭비되는 자원이 많다는 데 있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소비자의 쓰레기 분리수거 실태파악을 위해 지난해 11월 6일~10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3명 중 1명꼴로 잘못된 분리배출 방법과 기준을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질이 다른 것은 분리배출 해야 하는데도, 생수병 등 플라스틱을 버릴 때 상표 라벨을 제거하지 않는 경우가 62%로 가장 많았고 △남성(64.7%) △40대(66.1%) △빌라(70.6%)가 높았다.

음식물쓰레기와 일반쓰레기는 분리배출 해야 하지만, 수박·감 등 과일 씨앗을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잘못 버리는 경우는 50.6%로 집계, △여성(55.9%) △50대(55.8%) △빌라(50.4%)가 높게 나타났다.

대파·양파 등의 뿌리와 껍질을 음식물쓰레기 봉투에 잘못 버리는 경우는 45%로 조사됐고 △여성(46.2%) △50대(51.8%) △빌라(52.1%)가 높았다.

쓰레기 배출 시 안전 조치와 관련, 부탄가스나 스프레이 용기를 버릴 때 용기에 구멍을 뚫지 않고 잘못 버리는 경우는 31.4%로 나타났다. △여성(38.6%) △30대(37.7%) △빌라(34.5%)가 높게 나왔다.

또 깨진 유지를 버릴 때 신문지 등에 싸서 버려야 하지만 이를 실천하지 않는 경우는 24.3%로 △남성(28.2%) △20대(25.3%) △아파트(26.7%)가 높았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파트 주민들은 분리수거 이유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일부의 경우 제대로 규정을 지키지 않아, 결국 재활용품이 쓰레기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30대 직장인 A 씨는 "분리수거장에서 재활용 물건을 분리하지 않고, 그대로 버리는 입주민을 봤다"면서 "조금 귀찮다고 입주민들과 관리실 직원들을 위해 분리수거 규정을 잘 준수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음식물 쓰레기 분리를 잘 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B 씨는 "닭 뼈 같은 것은 음식물 쓰레기로 분류할 수 없다"면서 "이 경우 분리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음식물 쓰레기가 재활용되는 과정서 뼈 같은 단단한 물건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배달 음식 주문에서 자주 사용하고 있는 플라스틱 용기도 문제다. 플라스틱 용기 위쪽에 비닐을 녹여 붙여, 배달 오는 경우가 많은데, 비닐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플라스틱과 비닐은 분리해서 버리지 않는 이상, 재활용할 수 없다.

40대 직장인 C 씨는 "평소 떡볶이를 주문해서 먹으면, 꼭 용기가 문제였다"면서 "사실상 그냥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용기를 씻지 않는 분들도 많다"면서 "국물이 담겼던 용기는 꼭 세척을 해 배출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파트 주민들이 모인 한 온라인 카페에는 분리수거 배출 요령을 묻는 글도 올라온다. 한 입주민은 "대형 냄비가 있는데, 대형폐기물 스티커를 부착해 버려야 하는지 알고 싶다"고 글을 올렸다. 이에 한 입주민은 "크기를 봐야겠지만, 일단 고철 모아 놓은 곳에 배출하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경비원은 분리수거 계도 과정에서 현장에서 입주민을 만나지 않으면 사실상 어렵다고 토로했다. 70대 경비원 C 씨는 "종이나 종이팩의 경우 내용물을 비우고 할 수 있다면, 물로 헹군 후 반드시 일반폐지와 혼합되지 않게 배출해야 한다"면서 "음료수병의 경우도 병뚜껑을 제거한 후 내용물을 비우고 배출하고, 절대로 담배꽁초 등 이물질을 넣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렇게 배출하는 주민을 바로 확인해, 주의를 주지 않는 이상 공지문을 통해 안내하는 것이 전부다. 실질적으로 경비원들이 좀 고생해서 (재활용품을)분리하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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