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부동산 '코로나 이중고'…감염위험에 매출부진까지

코로나19 확산에 늘어나는 공인중개사 한숨
업무 특성상 가까이서 대면상담 불가피…마스크 한장에 의지
계약기간 만료 임박 전세 외에 매물 뚝…방문 허락 안 하기도

25일 서울 성동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앞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낀 채 매물표를 보고 있다. 업소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상담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상담하고 있으며 수시로 사무실을 소독 중입니다.'

25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중개업소 창문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안내 문구가 적혀 있었다. 마스크를 쓴 채 근무 중이던 이 업소 A대표는 "코로나19 때문에 상담하는 나는 물론이고 집 보러 가는 사람, 집 보러 오는 사람 모두 예민해진 상태"라면서 "대목인 봄 이사철이 다가오지만 만기가 임박한 전세를 제외하면 거래가 뚝 끊겼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선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감염 위험 노출과 매출 부진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업종 특성상 다양한 임대인ㆍ임차인들과의 대면상담이 필수여서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외지인 투자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일선 중개사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아직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는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 B공인 관계자는 "재개발 아파트 단지를 주로 맡다보니 주말마다 서울, 경기도 곳곳의 외지인들이 투자 문의를 하러 온다"면서 "불안해서 문앞에 마스크 착용을 당부한다는 안내문을 붙여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대목인 봄 이사철을 앞두고 손님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도 문제다. 3월 신학기가 시작돼 대학가 주변 원룸, 오피스텔 문의는 꾸준히 유지되고 있으나 아파트 매수ㆍ매도 문의는 확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확진자의 동선이 낱낱이 공개되면서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C공인 관계자는 "계약 기간이 정해진 전세 문의는 있지만 매매 물건을 내놓거나 찾는 발길은 확연히 줄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전셋값이 올라도 살던 집 계약을 연장하겠다는 고객도 많다"고 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건수는 2308건으로 전월 5457건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12ㆍ16 부동산 대책으로 대출 규제가 강화된 데다 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거래건수가 대폭 준 것이다. 다만 계약일 기준 건수로 현행 부동산 거래 신고일이 30일(21일 이전까지는 60일 이내)인 만큼 미신고 계약이 등록되면 이 수치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매수 문의가 들어와도 집을 보여주는 것조차 쉽지 않다. 영등포구 당산동 D공인 관계자는 "어린 자녀를 둔 집은 방문을 미루자거나 마스크 착용을 요청하는 상황"이라며 "집을 보여주는 대신 상세히 사진을 찍어 보낸 젊은 부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협회가 주도하는 회의, 교육을 잠정 연기했다"며 "당분간 거래 위축이 불가피하지만 협회 차원의 마땅한 대책은 없는 상태"고 말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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