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꺾인 소비심리, 코로나19 타격 반영 덜 됐는데…(종합)

한은, 2월 소비자동향조사

통계 이래 역대 세번째 하락 폭
2015년 메르스급 충격, 기대인플레이션율 다시 사상 최저
내달 소비심리 추가악화 전망
한은 금리인하 가능성도 커져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장세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월 소비심리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확산 당시만큼 급격하게 꺾였다. 하락 폭은 해당 통계가 집계된 이후 역대 세 번째로 컸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2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한 달 전보다 7.3포인트 하락한 96.9를 나타냈다. 지난해 8월(92.4) 이후 6개월래 최저 수준이다. 이 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소비자들의 심리가 장기평균(2003∼2019년)보다 낙관적임을 뜻한다. CCSI가 10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 만이다.

하락 폭은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8년 10월(-12.7포인트),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2011년 3월(-11.1포인트)보다는 낮았다. 다만 메르스가 확산했던 2015년 6월(-7.3포인트)과는 같은 수준의 낙폭을 보였다.

소비심리는 지난해부터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지표는 더욱 뼈아프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8월 금융위기 수준이었던 92.4까지 떨어졌다가 11월 101.0으로 올라 빠르게 회복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었다.

전체 지수를 구성하는 항목을 세부적으로 보면 주요 지표가 모두 나빠졌다. 경제상황과 관련이 깊은 현재경기판단 소비자동향지수(CSI)가 전월(78) 대비 12포인트나 빠진 66을 기록했다. 향후경기전망 CSI는 87에서 76으로 11포인트 하락했다. 취업기회전망 CSI는 경기인식이 악화하면서 88에서 81로 7포인트 내렸다.

소비자들의 지갑 사정을 보여주는 현재생활형편 CSI(91)는 2포인트 내렸고, 생활형편전망 CSI(93)와 가계수입전망 CSI(97), 소비지출전망 CSI(106)도 각각 4포인트씩 떨어졌다.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영향으로 주택가격전망 CSI(112)는 4포인트 하락했다.

물가인식은 1.8%로 전월 수준을 유지했으나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7%로 또다시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권처윤 한은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장은 "최근 소비자물가가 오르며 기대인플레가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었는데, 경기인식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받으며 기대인플레도 떨어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월 조사는 국내에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전인 이달 10일부터 17일까지 이뤄졌다. 따라서 다음 달 소비심리는 추가로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권 팀장은 "현재 상황은 반영이 덜 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이 경제지표로 드러나고 있는 만큼 한은도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소비심리에 이어 26일 발표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도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큰 것으로 확인되면 한은 역시 기준금리를 현 1.25%에서 1.00%로 내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미선 하나은행 금융투자연구원은 "이미 나온 수출지표나 소비심리 등 지표를 봤을 때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명분을 찾기가 어려울 것 같다"며 "정부에서도 필요한 조치를 다 써서 공조하는 차원에서 한은이 발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이 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 역시 2%대 초반으로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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