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열기자
이정윤기자
유제훈기자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이정윤 기자, 유제훈(영종도) 기자] "한 명이라도 뚫리면 큰 일이지요. 사선에 선 심정이에요. 방호복과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고 있어서 더위와도 싸워야 하구요."
지난달 30일 오전 10시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폐렴) 방역 최일선으로 꼽히는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서편 통로 검역대. 이곳에 근무하는 검역관 A씨는 중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모든 여행객의 건강상태를 살피느라 바삐 움직였다. 그는 2인 1조, 2교대로 근무하며 검역대를 찾은 여행객의 이마와 목의 체온을 측정했다. 다른 검역관 1명은 여행객이 작성한 건강상태 질문서를 확인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이날 오후 2시께 중국 다롄에서 출발한 여객기가 인천공항에 도착하자 제1터미널 서편 고정 검역대에는 100m가 넘는 긴 줄이 생겼다. 이어 상하이, 베이징 등지에서 도착한 여행객들까지 몰리면서 이곳에는 1시간 넘게 검역을 받으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검역관은 계속해서 밀려오는 여행객을 상대하느라 분주했다.
◆"5초 짧은 시간에 운명 엇갈려"= 검역관이 검역대에서 중국인 여행객의 건강상태를 살피는 시간은 5초가량. 짧은 순간이지만 지난달 28일부터 정부가 중국 전 지역을 오염국가로 지정한 뒤로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여행객 전체를 검역해야 한다. 때문에 검역관들은 항상 일손 부족에 시달린다. 과거에는 광둥성 등 입국자가 적은 4개 성만 해당됐었다.
그나마 쉴 수 있는 시간은 중국에서 들어오는 여행객이 조금 줄어드는 잠깐이다. 편히 쉴 공간이 부족해 검역대 옆에 마련된 의자에서 잠시 눈을 붙이거나 한숨 돌리는 정도다. 하지만 쉴 새 없이 걸려오는 업무 전화 탓에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퇴근 후에도 긴장상태는 이어진다. 언제 비상 상황이 발생할지 몰라 항상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다닌다.
2차로 여행객의 상태를 심층 조사하는 역학조사관도 계속된 업무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제1터미널 서편 고정 검역대에서 만난 역학조사관 B씨는 "상황이 발생하면 퇴근 후에도 일이 계속 된다"면서 "설 연휴 때부터 시작해서 현재 하루에 2시간밖에 못 자고 있다"고 했다. 이어 "방호복과 마스크도 계속 착용하고 있어야 해 더위와도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잠시 쉬는 동안에도 그는 휴대전화를 쥔 채 여행객의 상태를 체크하고 업무 지시를 계속했다.
◆의료진들도 한계 상황에 지쳐가= 인천국제공항을 포함해 신종 코로나 국내 유입을 막으려는 검역인력은 매일 높은 강도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장시간 근로는 기본이며 항상 긴장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달 28일 유튜브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출연해 "현장에 있는 의료진들도 많이 긴장해 마음이 굉장히 피폐해졌다. 질병관리본부 직원들은 거의 20일째 집에도 못 들어가고 있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검역인력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과거부터 있었지만 지적으로만 그쳤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립검역소 인력은 453명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상시 검역 외에 이번처럼 오염지역 관리를 위한 '타깃검역' 등을 위해 필요한 적정인원은 533명 정도로 추산한다. 현재 적정인력보다 80명이 적은 것이다.
또 교대제 근무 특성과 증상이 있는 이를 발견했을 때 대응, 생물테러 상시출동 등 특별업무를 전담할 검역인력을 포함하면 총 739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종 필요인력과 비교하면 300명 가까이 부족하다. 현 정부 들어 검역인력을 늘려달라고 인력증원 예산을 요청했으나 국회는 재정부담 등을 이유로 반대, 오히려 최근 3년간 검역인력 50명 증원예산을 삭감했다.
이처럼 검역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로 검역수요가 급증하자 인천국제공항에선 늦은 오후나 심야ㆍ새벽시간대에 민간 항공사 직원이 검역업무를 수행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대한항공은 인천공항 제2터미널 환승지역에 일부 직원을 파견했는데 이들은 환승객을 상대로 발열 검사를 했다. 검역소 직원이 있으나 제2터미널 환승지역에선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만 발열검사를 하는 탓에 검역소 직원이 출근하기 전까지 대한항공 직원들이 업무를 떠맡았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