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영장 없으면 뺑소니차 블랙박스 증거 인정 못해'

[아시아경제 이정윤 기자] 법원이 뺑소니 사고 차량일지라도 운전자 동의나 영장 없이 블랙박스를 수집했다면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놨다.

서울동부지법 형사2단독 이형주 부장판사는 22일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 범인도피교사, 모욕 혐의로 기소된 한모(38)씨에게 경찰관 모욕 혐의만 인정해 징역 4개월과 집행유예 1년, 사회봉사 40시간을 선고했다.

지난해 2월 한씨는 술을 마시고 차를 몰다 서울 성동구의 한 도로에서 주차된 오토바이를 받고 10분가량 차를 더 몰다 인근 도로 충격흡수대에 부딪혔다. 사고 후 한씨는 음주운전 사실을 숨기려 조수석에 타고 있던 언니와 자리를 바꿨고 언니는 경찰에게 자신이 운전했다고 진술했다. 이러한 범죄 사실은 차량 내 블랙박스에 녹화됐다. 한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48%로 당시 처벌 기준에는 미치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영장 없이 블랙박스가 증거로 사용돼 뺑소니와 범행을 숨기려 한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사고 후 견인차 기사는 한씨의 차량을 경찰서로 옮겼는데 이 때 블랙박스를 임의제출했다.

재판부는 "운반 업무와 전혀 무관하게 블랙박스 등 차량 내부의 물건을 임의로 처리하는 것은 위법한 행위"라며 "영장 없이 압수하였으므로 위법수집증거"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고 현장에서 한씨가 경찰관 3명에게 욕설을 한 혐의에 대해선 "경위와 범죄의 형태가 모두 불량하다"면서 유죄로 인정했다.

검찰이 확보한 증거 역시 블랙박스를 통해 범죄를 인지하고, 수집했기 때문에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소유자ㆍ소지자ㆍ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하거나 누군가 잃어버린 물건은 영장 없이 압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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