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학생 간식 뺏은 학교폭력 피해자, 학폭위 재심서 징계 강화

[아시아경제 김봉기 기자]당뇨환자 학생의 저혈당 간식을 빼앗는 과정에서 발생한 학교폭력(본지 2020년 1월10일 10면 참조)에 대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가 재심에서 당뇨환자 학생의 손을 들어줬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의 한 중학교 학폭위는 지난 10일 열린 재심에서 1형당뇨 환자인 A군의 저혈당 간식을 빼앗고 돌려주지 않은 같은 반 학생 B군에 대해 교내봉사 처분을 내렸다. 앞서 학폭위는 지난해 11월 A군이 저혈당 간식을 빼앗긴 이후 B군을 때린 사건에서 쌍방 서면사과를 결정했지만, 재심 끝에 징계를 강화한 것이다. 1차 학폭위에선 당뇨환자 학생의 저혈당 간식을 빼앗는 행위에 대해 '동급생간 장난'으로 보고 비교적 가벼운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본지 보도 이후 학교 현장에서 당뇨환자 학생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여론이 빗발치면서 학폭위 재심 결과 A군 측의 억울함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뇨 환자인 A군이 폭행사건 당시 저혈당 상태가 상당히 위급한 상황이었고, B군이 그동안 빈번하게 간식을 빼앗았다는 A군 측의 진술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A군 보호자는 "충분히 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없지만, 애초 결과보다 더 강화됐다는 사실에서 1차 학폭위가 부실했다는 사실은 소명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학교 현장에서 1형당뇨 환자 학생의 고충을 더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이번 학교폭력의 가해자인 A군은 어린시절부터 1형 당뇨를 앓아왔는데, 지난해 11월 저혈당 증세가 나타나면 쇼크를 막기 위해 소지하고 다니던 젤리를 B군에게 빼았겼다. 저혈당 증세로 예민해진 A군은 젤리를 먹으려는 찰라 간식을 빼앗기자 격분해 B군을 때렸고, 폭행 피해자인 B군이 학폭위 개최를 요구하면서 학교폭력 사건으로 번졌다. B군의 요구로 교감이 제외돼 열린 1차 학폭위에서 서면 사과 결정이 내려지자, A군은 학폭위 재심을 요구했고 B군은 A군을 폭행 혐의로 이달초 경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 서부경찰서는 지난 17일 A군을 불러 조사를 마쳤다. 경찰 안팎에선 B군의 폭행 피해가 경미하고 중학생인 점을 고려해 기소유예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봉기 기자 superch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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