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링거 사망 사건' 피해자 여자친구 '같이 죽으려고…살인 결단코 아냐'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모텔에서 링거로 마취제를 투약해 남자친구를 숨지게 한 일명 '부천 링거 사망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여자친구가 재판에서 살인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11일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1부(임해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서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직 간호조무사 A씨(31)의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 내용 중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만 인정하고 나머지 혐의는 모두 부인한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의 고민과 자살하자는 이야기에 동화돼 피해자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겠다는 생각에 동반 자살을 하려 했다"며 "결단코 살인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재판에 출석한 A씨는 염색한 짧은 머리에 연녹색 수의를 입고 담담한 표정으로 이름·생년월일·주소 등을 묻는 재판장의 인정신문에 짧게 답했다.

A씨는 재판장이 "(동반 자살할 의도였다면) 프로포폴은 (피해자에게) 왜 놓았느냐"는 질문에 "조금 더 편안하게 할 의도였다"고 답변했다.

피해자 유가족과 이들의 변호인도 이날 A씨의 첫 재판을 방청석에서 지켜봤다.

한편 A씨는 지난해 10월 경기도 부천시 한 모텔에서 링거로 마취제 등을 투약해 남자친구 B씨(30)를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당시 B씨의 오른쪽 팔에서는 두 개의 주삿바늘 자국이 발견됐으며 모텔 방 안에는 여러 개의 빈 약물 병이 놓여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B씨는 마취제인 프로포폴, 리도카인과 소염진통제인 디클로페낙을 치사량 이상으로 투약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인은 디클로페낙으로 인한 심장마비였다.

사건 당시 A씨 역시 약물을 투약한 것으로 밝혀졌으나 치료농도 이하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가 B씨에게 치사량 이상의 약물을 투약하고 자신에게는 치료농도 이하의 약물을 투약한 것으로 판단하고 위계승낙살인죄 등을 적용해 불구속 입건한 뒤 검찰에 송치했다.

위계승낙살인죄는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처럼 속인 뒤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 살해한 경우에 적용된다.

그러나 보강 수사를 벌인 검찰은 A씨와 B씨가 동시에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살인죄를 적용해 A씨를 재판에 넘겼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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