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일권기자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1. A농협은 2016년 해당 지자체 직원 자녀를 영업지원직으로 채용한 후 지난해 7월 일반계약직으로 전환한데 이어 올해 6월에는 공개경쟁 없이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2. B축협은 지난해 5월 조합원의 친인척인 금융텔러를 재계약하면서 임원이 평정점수를 바꿀 것을 지시했다. 또 평정결과를 외부인에게 알려주는 등 근무평정과 재계약 업무를 부적정하게 추진하다 적발됐다.
전국 농협과 수협 등 지역조합의 직원 채용 과정에서 각종 불법ㆍ편법과 비리가 난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자치단체 직원 자녀를 채용한 뒤 절차를 무시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비리를 저지른 조합원 자녀에 대해 징계 대신 특혜를 안겨준 정황까지 나왔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산림청은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국 609개 지역조합(농축협 500곳, 수협 47곳, 산림조합 62곳)에 대해 2015년부터 올해 4월까지를 대상으로 채용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비리 혐의 23건, 중요절차 위반 156건, 단순 기준 위반 861건 등 모두 1040건을 적발했다.
지금까지는 농협ㆍ수협ㆍ산림조합 중앙회가 자체적으로 지역조합의 채용실태를 조사했다. 정부가 조사를 주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결과 앞서 언급한 사례 외에 채용 비리는 상당했다. 한 축협은 2014년 영업지원직 2명을 채용하면서 자체 홈페이지에만 공고하고 접수일도 하루로 제한한 뒤 업무와 관련이 있는 해당 지자체 직원 자녀 2명을 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2명은 2016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지방 농협에서는 2016년 관련 지자체 직원 자녀를 영업지원직으로 채용한 뒤 2018년 일반계약직으로 전환했고, 다시 올해 6월 공개경쟁 절차를 건너뛴 채 기능직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정부는 비리 혐의 23건은 수사 의뢰하고, 중요절차 위반 156건은 관련자에 대한징계ㆍ문책을 요구하기로 했다. 단순 기준 위반 861건은 주의ㆍ경고 등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지역조합의 채용 비리 근절을 위해 ▲채용방식 대폭 전환 ▲채용 단계별 종합 개선 대책 마련 ▲채용 전반에 대한 사후관리 강화 등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조합이 자체 채용하는 정규직은 모두 중앙회 채용으로 전환하고 지역조합 채용 시 자체규정 대신 중앙회 규정을 따르도록 한다. 이와 함께 지역조합에서 채용 계획을 수립할 때 준수할 표준안을 만들고, 중앙회와 사전협의를 통해 부당 채용을 방지할 방침이다.
또 공고방법과 기간 등 절차를 구체화해 채용기회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서류ㆍ면접 심사에 외부위원이 과반수 참여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채용 실태조사를 정례화하고 특혜채용과 무기계약직 전환 시 비리를 막기 위한 인사정보관리시스템도 구축한다.
정부 관계자는 "지역조합의 공정하고 투명한 채용 문화정착에 도움을 주고, 취업을 위해 피땀 흘리며 노력하는 청년들이 희망을 갖도록 채용비리 근절대책을 차질 없이 이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