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 젖은 바퀴 소리/최정례

다리에 좁쌀만 한 물집이 생겼는데 가렵다

만지지 않으려고 할수록 자꾸 손이 간다

신경 쓰지 말아야지 하는 사람이

자꾸 꿈에 나타난다

깊은 숲길에서 문득

가만히 서 있던 사람

모른 척하고 지나쳐 버린

무성한 그 숲

그러고는 새벽에 깨어나

우짖다 멀어지는 새소리 듣는다

젖은 바퀴 소리 가까이 다가오다

멀어져 간다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나는 전혀 모르겠고

■ 생각해 보니 "모른 척하고 지나쳐 버린" 사람이 참 많다. 골목길에서, 학교 앞에서, 빌딩 뒤에서, 은행 옆에서, 그냥 거리에서, 지하철 안에서, 어느 버스 정류장에서…. 어떤 사람은 길을 몰라서였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구걸하기 위해서였을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내가 미처 눈치채기 어려울 만큼 사소한 일 때문에 나를 바라보았을 것이다. 혹은 아주 다급하거나 난감한 일 때문이었을지도. 여하튼 분명한 건 그 정도야 어쨌든 그들 모두 하나같이 간절한 눈빛이었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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