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민기자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2일 오전 소환 조사가 불발되면서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된다. 정 교수는 조 장관 관련 의혹의 핵심인물이다. 하지만 갖가지 구체적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정 교수에 대한 검찰 소환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례적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 교수 측이 비공개 소환을 요구해 조사 일정을 검찰과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이날 법무부 청사에 출근하면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지난 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비슷한 질문에 "통지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조 장관의 말이 사실이라면, 검찰이 정 교수의 소환을 머뭇거리고 있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 한편으로 정 교수 등의 혐의 입증이 난관에 봉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은 지난달 26일만 해도 정 교수를 당장 불러 조사할 것처럼 적극적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정 교수가 소환되면 1층 출입문으로 통과할 것"이라며 공개 소환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지난 1일에는 정 교수의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비공개 소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수사에 소극적 자세로 돌아섰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던진 경고성 메시지와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공간이 마련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수사관행 등을 개혁해야 한다고 검찰에 주문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조 장관의 보고를 받으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검찰 자체 개혁안을 마련하라"고 이례적으로 지시했다. 이에 검찰은 하루만에 서울중앙지검 등 3개청을 제외하고 전국의 모든 검찰청에 있는 특수부를 폐지하기로 법무부와 추진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검찰자체개혁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다음날에는 정 교수의 소환까지 지연되면서 정부의 검찰수사 개입에 대한 논란이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 교수 미소환은 이후 검찰이 계획한 수사 절차 등에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있다. 당장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 기소에 문제가 생기는 시나리오다. 구속된 조씨는 조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투자를 권유하는 등 의혹의 핵심 인물이다. 그의 구속은 오는 3일 만료된다. 문제는 기소하면서 쓰게 될 공소장이다. 검찰은 조씨 공소장에 조 장관 일가가 사모펀드 투자과정에서 부정한 의도를 가졌던 내용과 개인 혐의 등을 기재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의 소환 조사는 이를 세세하게 밝힐 기회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정 교수 소환이 불발되면서 공소장에는 정 교수 등과의 공모관계는 밝히지 않고 조씨 혐의만 기재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경우 검찰은 조 장관 일가 전체를 흔들며 강도높게 진행했던 수사에서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7일 예정된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에서 이 내용에 대해 여권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정 교수를 조사 없이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한 것과 관련해, 공소장 내용이 부실하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아왔다. 여기에 더해 조씨의 공소장 부실 지적까지 제기될 경우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정 교수의 공소장 혐의 내용에 '신원불상자'와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위조했다고 기재해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정 교수가 이날 오후에 소환된다 해도 늦은 조사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이날 밤까지 조씨 공소장 내용을 확정해 기소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 교수에 대한 한나절 조사를 통해 조 장관 일가의 혐의들을 밝히기에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만약 정 교수가 끝내 소환되지 않을 경우, 검찰이 차후 체포영장을 청구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체포영장 발부는 곧 정 교수측이 검찰 소환에 불응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법조계 관계자들은 "장관 부인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 받기는 혐의가 분명하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정 교수에 대한 재판절차는 18일 시작된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