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이 루스벨트 장녀에게 대접한 한식요리 스무 가지

덕수궁 석조전서 특별전 ‘대한제국 황제의 식탁’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시어도어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장녀 앨리스는 1905년 9월19일 서울을 찾았다. 고종은 성대한 오찬을 베풀었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궁지에 몰린 자신을 구해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상에는 한식 요리가 올랐다. 앨리스 루스벨트는 자서전 ‘혼잡의 시간들’에 “우리는 황실 문양으로 장식한 조선 접시와 그릇에 담긴 조선 음식을 먹었다”고 썼다. “내가 사용한 물건은 내게 선물로 주었고, 작별 인사에서 황제와 황태자는 각각 자신의 사진을 주었다”고 적었다.

앨리스 루스벨트 자서전 ‘혼잡의 시간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가 20일 공개한 미국 뉴욕 공공도서관 소장 대한제국 황실 오찬 식단에 따르면, 당시 메뉴는 스무 개에 달한다. 신선로에 고기·해산물·채소를 넣어 함께 끓인 열구자탕, 비빔국수인 골동면, 숭어 살과 소고기를 함께 끓인 수어증(숭어찜), 편육, 생선전과 전복초, 각종 재료를 꼬치에 꿰어 만든 화양적, 약밥 등이다. 배추와 무를 간장으로 간을 해 담근 김치도 있었다. 후식으로는 간장에 초를 넣은 초장·겨자에 식초와 꿀을 더한 개자(겨자)·꿀과 정과, 원소병, 배, 밤, 포도, 홍시 등이 나왔다.

모두 고종이 1902년 치른 연회와 고종·순종 생일상에 올랐던 음식들이다. 궁능유적본부 측은 “식단표 뒷면에는 황제가 여성과 공식적으로 한 최초의 식사라는 기록이 있다”고 했다.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면서 내세운 구본신참(舊本新參)의 개혁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상차림"이라고 했다.

이 식단은 오는 21일부터 11월24일까지 덕수궁 석조전 대한제국역사관 전시실에서 하는 특별전 ‘대한제국 황제의 식탁’에서 만날 수 있다. 덕수궁이 지난해 시작한 ‘황제의 의·식·주’ 기획전 두 번째 행사다. 다양한 음식은 물론 고종 생일상에 올린 음식을 기록한 발기(發記), 독일인 손탁 서명이 들어간 동의서, 황실 연회 초청장, 앨리스 루스벨트가 고종에게서 받은 사진, 이화문 그릇 등을 처음 전시한다. 대한제국 황실 음식을 고증해 만드는 과정도 영상을 통해 보여준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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