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정치인은 왜 머리를 깎을까…‘삭발의 정치학’

한국당 의원들 릴레이 삭발, 원외인사도 동참…야당 의원 결기, 공천 겨냥한 행보란 평가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옛날에 율 브리너란 사람 있었나요? 누가 더 멋있습니까." 지난 17일 자유한국당 '제2기 여성정치아카데미' 입학식. '민머리'로 나타난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대뜸 외국 영화배우 얘기를 꺼냈다. 현장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고자 위트를 섞은 말이었지만 뒷말을 자초했다.

삭발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대한 항의 표시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당 대표가 비장한 결의를 하고 삭발까지 했는데 희화화하고 게리 올드먼, 율 브리너 운운하는 것은 천부당만부당"이라고 꼬집었다.

당의 가벼운 처신을 지적한 말이었다. 문제는 율 브리너 발언의 주체가 황 대표라는 점이다. 황 대표는 지난 16일 청와대 앞 삭발을 통해 여론의 시선을 잡았는데 바로 다음 날 율 브리너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규탄하며 삭발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최근 한국당 정치인들의 릴레이 단식은 형식과 내용 면에서 이례적이다. 삭발은 무소속 이언주 의원이 첫 번째 주자였다. 지난 10일 국회 본관 앞에서 삭발한 그는 눈물까지 보이며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다음 날인 11일 한국여자의사회장을 지낸 박인숙 한국당 의원이 삭발을 이어갔다. 박 의원의 평소 모습을 아는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삭발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점잖은 분인데…"라면서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박 의원 이후 한국당 의원들의 릴레이 삭발이 이어지면서 19일까지 9명이 동참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김기현 전 울산시장 등 원외 인사들도 삭발 대열에 합류했다. 황 대표가 삭발할 때만 해도 숙연한 분위기가 형성됐는데 너도나도 삭발에 동참하자 평가는 엇갈렸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조국 정국'에서 자신의 머리를 깎은 정치인들은 온몸을 던져 결기를 보여줬다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21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리는 한국당 장외집회에서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다는 점도 이번 주 삭발이 집중된 배경이다.

한국당 정치인들의 삭발에 여론이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결기에 대한 공감의 표현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유행처럼 삭발 행위가 이어지는 것은 내년 총선 공천을 염두에 둔 '줄서기' 의도라는 시선도 있다.

이와 관련,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 "자한당의 '삭발 버스터'는 당 지도부를 향한 눈도장용이며, 공천신청서에 첨부할 사진 촬영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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