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누구의 누구/한명희

누구는 누구누구의 아들이고 누구누구의 아들은 누구누구누구의 남편이며 누구누구누구는 누구누구누구누구의 제자이고 누구누구누구누구는 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의 후배이며 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의 동문이고 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의 먼 친척이기도 하다네.

누가 나에게 누구냐고 묻길래 그냥 누구라고 했더니 그럼 누구누구의 누구냐고 다시 물었네. 나는 누구누구누구의 누구는 못 되며 누구누구의 누구도 아니고 그냥 누구라고 했더니 그는 도무지 알아듣지를 못했네.

누구만으로는 누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니 누구만으로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누구들은 온몸과 온 마음으로 자신을 증명해야만 하네. 누구가 바로 누구라는 걸 누구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누구 그라는 걸 스스로 증명해야만 하네 전력과 전심으로.

■'공산당 선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부르주아지는 역사에서 극히 혁명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굳고 녹슨 모든 관계들은 오랫동안 신성시되어 온 관념들 및 견해들과 함께 해체되고, 새롭게 형성된 모든 것들은 정착되기도 전에 낡은 것이 되어 버린다. 모든 신분적인 것, 모든 정체적인 것은 증발되어 버리고, 모든 신성한 것은 모독당한다." 이제 우리는 자기 자신을 스스로 창조하고 자신의 신성을 또한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세계에 살고 있다. 저주인지 축복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자기(self)'는 이 세계의 진정한 심연이 되었으며 더할 수 없는 깊이를 획득하게 되었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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