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터프함과 투박함 사이' 지프 올 뉴 랭글러

지프 '올 뉴 랭글러' 2도어·파워탑 등 풀라인업 완성
'지프 감성' 그대로 담긴 디자인에 우수한 오프로드 성능
낮은 연비와 승차감·소음 단점…데일리카 매력은 미지수

지프 올 뉴 랭글러

[아시아경제 김지희 기자] 지프는 지난해 8월 11년 만에 완전변경된 신형 랭글러를 국내 출시했다. 당시 지프는 오프로드 시장 강자를 넘어 '데일리카'로의 진화를 선언한 바 있다. 그로부터 8개월여가 지난 지난달 지프는 다양한 고객 니즈를 반영해 올 뉴 랭글러 풀 라인업을 완성했다. 지난해 신형 랭글러 출시 당시부터 도심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로서의 효용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의문이 제기됐다. 확장된 라인업이 이 같은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을지 직접 시승해봤다.

시승은 지난달 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경기 양주까지 왕복 110㎞ 구간에서 진행됐다. 시승 코스는 지프의 진가가 입증된 오프로드보다는 도심 온로드 구간으로 구성돼 출퇴근용 데일리카로서 매력을 확인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올 뉴 랭글러는 디자인, 주행질감 등 여러 측면에서 터프함과 투박함의 경계에 자리하고 있었다.

먼저 디자인은 한 눈에 봐도 '지프'다. 시승한 랭글러 파워탑 4도어 모델은 지프의 전통적인 외관 디자인을 그대로 품고 있었다. 세븐-슬롯 그릴, 원형 헤드램프, 사각 테일램프 등 지프를 이야기할 때 바로 떠오르는 디자인 요소들을 계승하고 있다. 여기에 주황, 빨강, 하양, 검정 등 일반 SUV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확 튀는 색감이 '오프로드 강자'의 이미지를 부각시킨다.

외관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최근 트렌드를 따르기보다는 지프의 전통적 개성을 유지하고자 했다. 최근 대세가 된 터치식 조작방식이 아닌 버튼 조작이 여전히 주를 이뤘으나, 불편함보다는 지프만의 감성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차량 상단에 지프 최초로 적용된 전동식 소프트탑은 개방감을 더해 오프로드에 대한 로망을 더했다.

우려했던 뒷좌석 공간은 실제 넉넉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시트 조절 등을 통해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했으나 다소 답답함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지프 올 뉴 랭글러

주행을 시작하자 지프의 강점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묵직하면서도 날렵하다는 양립하기 어려운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했다. 무엇보다 가속력이 우수해 시속 100㎞에서 160㎞까지 속도를 올릴 때에도 먹먹함이 전혀 없었다. 시속 100㎞ 이상으로 주행하는 고속도로에서도 추월이나 차량 변경이 수월했다. 이 차량은 2.0ℓ 터보차저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을 통해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m의 힘을 발휘한다. 다만 연비는 8.2㎞/ℓ로, 10㎞/ℓ 이상의 연비가 일반화된 최근 흐름에 비한다면 다소 아쉬웠다.

오프로드 성능도 기대 이상이었다. 2WD, 4WD High, 4WD Low 등 다양한 구동모드를 바탕으로 회사 측에서 마련한 범피, 경사로, 롤러 코스 등 오프로드 모듈을 문제 없이 통과할 수 있었다. 다만 4륜 변환을 위한 구동 레버가 상당히 뻑뻑해 한 손으로 조작하기엔 불편함이 컸다.

승차감은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딱딱한 차체를 통해 노면의 충격이 투박하게 전달된다. 도심형 데일리카로 활용함에 있어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힐 만한 요소였다. 소음도 문제다. 특히 속도가 시속 100㎞를 넘어서면 풍절음 탓에 옆좌석의 동승자와 대화하는 데 방해가 될 정도였다. 도심 속 조용한 주행을 기대한다면 소프트탑이 적용된 파워탑 모델은 더더욱 좋은 선택지는 아닌 듯 했다.

지프는 사실 '마니악'한 차량이다. 이번 랭글러 역시 지프만의 터프한 개성과 매력이 곳곳에 반영돼 마니아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해 보였다. 다만 승차감 측면에서 여전히 아쉬움이 있는 만큼 일상에서 출퇴근 등에 사용할 데일리카로는 추천하기 어렵다

올 뉴 랭글러의 판매가격은 스포츠 2도어 모델 4640만원, 루비콘 2도어 모델이 5540만원이다. 스포츠 4도어 4940만원, 루비콘 4도어 5840만원, 오버랜드 4도어 6140만원, 루비콘 파워탑 4도어 모델 6190만원이다.

김지희 기자 ways@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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