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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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영정·암 사진 말고, 차라리 발기부전으로 주세요." 새로운 경고 그림이 부착된 담배가 소매점에서 본격 팔리기 시작하면서 진기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강력한 경고 그림과 문구 부착이 적용되면서 실랑이가 벌어지는 곳도 속출하는 상황이다.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3일부터 출고되는 모든 담배에 새로운 경고 그림 및 문구를 표시한 한 이후 지난주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간 소매점들은 신규 적용 제품에 반발하는 흡연자들로 인해 곤혹을 치르고 있다. 새 경고 그림은 암으로 뒤덮인 폐 사진 등 실제 환자의 병변과 적출 장기를 이용해 표현 수위가 더 높아진 것이 특징이다. 궐련담배용 경고 그림은 폐암, 후두암, 조기 사망, 치아 변색 등의 내용을 담은 10종이다. 문구 역시 관련 질병이나 사망 위험 증가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고, 간결하고 명확하게 흡연의 위험을 알리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전자담배용 경고그림의 수위도 세졌다. 액상형 전자담배(니코틴 용액 사용)에는 니코틴 중독 가능성을 상징하는 쇠사슬이 감긴 목 사진이 부착됐다. 용산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난해(59ㆍ가명) 씨는 "그림을 보고 바꿔 달라고 하는 손님들 때문에 미칠 지경"이라며 "영정사진 제품 말고 차라리 발기부전 그림 담배를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태반"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발기부전 그림이 인기다 보니 그 제품만 따로 보관해서 단골 손님이 오면 주는 편"이라며 "하루에 5명 이상은 바꿔 달라고 떼를 쓰고, 새로운 보루를 뜯어봐라 하면서 막무가내 요구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토로했다.부천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김진갑(66ㆍ가명) 씨도 "최근 바뀐 그림 제품들이 전부 입고 됐는데 너무 흉칙해 파는 사람도 힘들 정도"라면서 "그림 바꿔 달라는 실랑이 때문에 지치고, 덜 흉한 그림 제품 사재기도 극성이다"고 한숨지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최근 새로운 경고그림 담배때문에 아르바이트(알바)생을 내보낸 사례도 있다. 종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최두원(57ㆍ가명) 씨는 "야간 알바생이 손님과 시비가 붙었는데, 이유가 원하는 그림의 담배를 주지 않아서였다"면서 "손님이 컵라면에 물을 받은 이후에 경고 그림을 보니 밥맛이 떨어진다고 던져서 자칫 큰 사고가 날 뻔했다"고 한탄했다. 그는 "전자담배에도 경고 그림이 붙기 시작한 후에는 매출도 부진하다"고 했다.소비자들 역시 불만의 목소리를 높인다. 5년째 흡연 중인 직장인 박성빈(25) 씨는 "솔직히 보면 밥 맛이 떨어지고 너무 징그럽다"면서 "폐암이나 치아 변색 사진은 너무 징그러워서 선뜻 사기가 꺼려져, 덜 흉한 제품으로 바꿔 달라고 한번은 요구한다"고 전했다. 특히 소비자들은 경고 그림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 10년째 흡연 중인 직장인 김성광(42) 씨는 "가격이 오르고, 처음에 경고 그림이 붙어도 담배를 사서 폈다"면서 "더 징그러운 그림으로 바뀌었지만 그냥 기분만 더러울 뿐 끊을 생각은 없는데 과연 이런 정책이 효과가 있는 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게다가 담배 스티커나 케이스 등을 활용해도 되기 때문에 그냥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 기분만 상하게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실제 경고 그림 때문에 '담배 스티커' 사용이 늘고 있다. 중구의 한 편의점주 김민수(67·가명) 씨는 "최근 무료 이벤트로 담배 스티커를 준 곳을 발견해서 편의점에 진열해놨는데, 손님이 바꿔달라고 하면 스티커를 붙여서 내준다"면서 "이후부터 실랑이가 거의 사라져서, 무료 이벤트가 끝난 후에는 직접 사서 구비해 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