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왜 그만뒀어요? 둘째 계획은?'...재취업 막막한 경단녀들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직장은 왜 그만뒀어요? 둘째 계획은 있어요? 아이가 몇 살이죠? 아이가 어리면 일하는데 지장 있겠어요.”이는 재취업을 결심한 경력단절녀(이하 경단녀) 이모 씨(28)가 면접에서 들은 발언들이다. 이 씨는 지난 2015년 출산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다 최근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하면서 재취업을 결심했다. 하지만 1차를 합격하고도 2차 면접시험에서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면접관들은 이 씨의 경력이나 능력을 묻는 질문보다 육아에 대한 질문을 더 많이 했다.이 씨는 “한 면접관은 ‘출산 때문에 일을 그만뒀어요? 둘째 생기면 우리 회사도 그만 두겠네요?’라는 말까지 했다”며 “미혼이라고 거짓말이라도 해야 하나 고민이다”고 털어놨다.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상반기 경력단절여성 현황’에 따르면 결혼한 여성 5명 중 1명꼴은 임신이나 육아 등을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경단녀로 나타났다. 총 184만7000명으로 1년 만에 1만5000명이 늘었다. 경력단절의 이유로는 결혼이 34.4%로 가장 높았고, 육아(33.5%)와 임신·출산(24.1%) 순이었다.결혼, 육아, 임신, 출산 등으로 경력단절을 겪은 이후 재취업도 어려워졌다. 경력단절 후 재취업한 15~54세 기혼여성은 208만3000명으로 전년동기대비 50만7000명(19.6%)이나 줄었다. 2014년 통계작성 이후 가장 적은 규모이며, 감소 폭 또한 가장 크게 나타났다.경력단절 기간도 길어졌다. 직장을 그만 둔 기간이 3년 미만인 경우는 총 10만8000명으로 감소했지만, 3년 이상인 경우는 모두 증가했다. 실제로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6년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경단녀가 재취업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8.4년이다. 경력단절 전후의 임금격차로 월 26만8000원으로 나타났다. 경력단절 없이 근무해온 여성과의 격차는 월 76만3000원에 달했다.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는 전체적인 고용난이다. 올해 취업 시장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인 고용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10월 기준 취업자수는 전년동월대비 6만4000명 증가에 그쳤고, 실업률은 같은 달 기준 13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경단녀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 씨와 같이 경단녀가 재취업 시 겪는 불이익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525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경단녀 채용에 부담을 느끼는가’란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기업은 10곳 중 4곳에 달했다. ‘가정사로 자리를 자주 비울 것 같다’는 이유가 58.7%로 가장 많았고, ‘야근, 출장 등이 어려울 것 같아서’(34.1%), ‘쉽게 퇴사할 것 같아서’(25.5%) 등이 뒤를 이었다.이런 조사결과는 실제 불이익으로 이어졌다. 전체 기업 중 45.7%가 경단녀를 채용한 경험이 있다고 했지만, 이전 직장 경력을 살린 경우는 평균 42%에 그쳤다. 게다가 경단녀는 동일연차 직원 대비 연봉, 경력 연수 차감, 직책 등의 불이익을 준다는 답변도 37.9%였다.한편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경단녀 경제활동 촉진법 등 경단녀를 위한 각종 정책들이 추진됐으나 올해는 전체적인 고용상황 악화와 기존 경단녀들이 많이 취업했던 시간제 근로자의 수요가 많은 산업에서의 취업자가 줄어든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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