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윤기자
중국에서 폭증하는 호랑이 상품 수요를 채우기 위해 태국 호랑이 사원에서 담근 호랑이술. 사진 = EPA/연합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중국 정부가 25년 만에 호랑이 뼈와 코뿔소 뿔의 의료 목적 사용을 허가하면서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30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전날 “특정한 조건 하에 호랑이 뼈와 코뿔소 뿔을 약품 연구 및 치료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앞서 중국은 1993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 교역에 관한 국제 협약(CITES)에 가입하면서 호랑이 뼈와 코뿔소 뿔의 거래 및 사용을 전면금지한 바 있다.국무원은 “호랑이 뼈와 코뿔소 뿔은 국가중의약관리국 인가를 받은 의사를 통해서만 처방받을 수 있으며 유전자 연구와 같은 과학적 목적에 사용하고자 할 경우 정부 허가를 받아야”하고, “인공 번식한 코뿔소 뿔, 자연사한 호랑이 뼈만 의료용으로 처방될 수 있을 것”이라 명시했다.그러나 동물보호단체 세계자연기금(WWF)은 이번 조치가 중국 내 호랑이 뼈와 코뿔소 뿔 밀매를 부추길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WWF는 성명을 통해 “중국이 25년간 유지해온 호랑이 뼈와 코뿔소 뿔 사용금지를 뒤집은 것은 매우 우려스러우며, 의료용으로 한정해도 소비자와 사법당국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혼란을 느낄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결과적으로 호랑이와 코뿔소 불법 거래시장의 확대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중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호랑이 뼈 술(虎骨酒). 사진 = Xuite
중국인의 못 말리는 호랑이 뼈 사랑, 그 이유는?지난 2015년 워싱턴포스트는 현장 르포를 통해 중국 남부 광시좡족자치구 호랑이 사육장에서 1000여 마리의 호랑이가 사육되고 있으며, 호랑이 뼈로 담은 술이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고 보도했다.중국 부호들 사이에서 호랑이가 건강과 부귀의 상징이라는 믿음이 확고하게 자리 잡으면서 정부의 금지조치에도 불구하고 호랑이 술을 비롯한 호랑이 관련 제품 시장이 매년 성장해왔다.법적 제재로 인해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자 중국 인근 태국과 라오스에 호랑이 목장이 우후죽순 들어서기 시작했다.지난해 일본 아사히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태국 서부 깐차나부리주 밀림지대의 호랑이 사원에서 호랑이 사체 60구, 호랑이 뼈로 만든 부적 1000여 개가 발견됐는데, 해당 상품은 대부분 중국 남부로 실려 가며, 역시 대규모 호랑이 목장이 운영되고 있는 라오스 서부엔 중국 자본이 개척한 100㎢ 규모의 호랑이 밀매 거점이 자리 잡고 있어 대규모 밀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호랑이뼈 술, 이른바 호골주(虎骨酒)를 판매하는 업체는 “골수를 고아 만든 젤라틴은 간 질환에 효능이 있으며 다리뼈는 요통에 좋다”고 선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뿔이 잘려나간 채 발견된 코뿔소의 처참한 모습. 사진 = Lowveld Rhino Trust
코뿔소 살리기 위해 뿔 자르는 국립공원, 왜?코끼리 다음으로 몸집이 큰 육상동물 코뿔소는 무자비한 밀렵으로 인해 현재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심각한 위기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중국 민간에선 코뿔소 뿔이 항암 작용이 탁월하며 해열과 통증 완화 등 다양한 효능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코뿔소 뿔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여기에 최근 중국의 젊은 부유층을 중심으로 ‘코뿔소 뿔 가루를 음주 전에 복용하면 취하지 않고 다음 날 숙취가 없다’는 속설이 확산되며 판매가 더욱 폭증한 상황.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코뿔소 뿔 가격은 1kg에 5만4000달러(약 6146만원)로 금 1kg(약4464만원)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금보다 비싼 값에 거래되는 코뿔소 뿔이지만, 전문가들은 뿔의 성분은 인간의 손톱과 같은 케라틴 이라고 지적한다. 사진 = Thang Nguyen
미국 국립 야생동물 법의학 실장을 지낸 켄 고다드는 코뿔소 뿔을 이루는 주 성분은 각질이라 부르는 케라틴(Keratin)이며, 인간의 손톱, 머리카락을 형성하는 단백질과 동일하다고 지적한다. 결국 금보다 비싼 돈을 주고 코뿔소 뿔을 구입해 먹어봤자 대량의 손톱을 먹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뿔 채취를 위한 밀렵이 성행하자 코뿔소의 주요 서식지인 남아공에서는 국립공원 관리 당국 차원에서 코뿔소를 마취총으로 쏴 쓰러트리고 뿔을 다른 뒤 다시 방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리 나서 밀렵 수요를 차단하려는 고육지책이지만 일각에선 뿔이 잘린 부모 코뿔소가 새끼를 천적으로부터 보호하지 못해 무방비로 노출된다는 지적 또한 이어지고 있다.한편 국경 지역 야생동물 밀매를 감시하는 제러미 더글라스 유엔 마약·범죄사무국(UNODC) 동남아 지역대표는 “호랑이에 대한 수요가 끊임없이 암시장을 자극하고 있다”며 “시장과 수요가 존재하는 한 야생종에 대한 밀렵 또한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center><div class="slide_frame"><input type="hidden" id="slideIframeId" value="2015070615420696038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