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은 GA가 하고 '뒷감당'은 보험사가 하나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A씨는 보험 독립법인대리점(GA)을 통해 대형 손해보험사 자동차보험에 가입했다. 4개월 후 A씨는 운전을 하다가 교통 사고를 냈다. 사고로 부서진 차 3대와 다친 12명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A씨는 보상처리를 받을 수가 없었다. 보험료를 받아간 GA설계사가 책임보험만 가입하고 나머지 보험료를 가로채 도망갔기 때문이다. 결국 A씨는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고, 원수 보험사가 보상을 해줄 수 밖에 없었다.보험업계에서 GA의 횡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보험사 원수보험료 수입에서 GA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면서 GA의 '갑질'이 도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현재 손해보험업계 원수보험료 대리점(전속 및 독립법인) 비중은 46.2%로 지난해 동기 45.1% 보다 1.15%포인트 상승했다. 2014년 41.66%를 기록한 이후 매년 확대되는 추세다.대리점 채널 비중은 손보사 전속대리점과 독립법인대리점 등을 합한 수치이지만 이중 법인대리점이 상당 부분 차지한다.대형 5개사중에서도 삼성화재를 제외한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4개사의 의존도는 절반을 넘어섰다. 이는 GA가 '을'에서 '갑'으로 올라섰다는 것을 의미한다.GA 소속 설계사들이 특정 보험사에 소속되지 않아 여러 회사의 상품을 팔 수 있는데, 시책비(인센티브)를 많이 주는 보험사의 상품을 집중 판매하기 때문이다. 결국 GA의 손에 손보사의 보험료 실적이 좌우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이미 GA는 대세로 굳혀지고 있다. 현재 등록된 법인 보험대리점은 모두 4500여곳. 개인이 운영하는 1인 대리점도 2만7000여 곳이 넘는다. 설계사 500여명 이상을 둔 대형 대리점도 55곳에 달한다.손보업계 관계자는 "전속설계사 채널로 인한 판매 신장은 한계에 도달해 GA를 통한 매출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보험사들이 여러 보험사 상품을 한꺼번에 판매하는 GA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상황이 이쯤되자 GA의 불완전판매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더구나 문제 발생시 외면하는 GA들로 인해 소비자와 보험사간 분쟁도 늘고 있다.실제 지난해 말 기준 GA의 불완전판매 비율은 0.28%로 보험사 전속설계사의 불완전판매 비율 0.19%보다 월등히 높다.하지만 GA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은 다소 느슨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GA에 막대한 시책비를 주는 보험사에 대한 감독만 강화한 채 연간 수천억원 규모의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GA에 대한 감독은 미흡하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손보사 한 관계자는 "GA 채널에서 발생하는 민원이 늘고 있는데, 개인간 금전거래, 이해당사자간 관계 악화 등이 연관돼 해결이 쉽지 않아 법적 소송으로 번지고 있다"며 "GA가 보험료 수입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대놓고 항의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업계 일각에선 자승자박이라는 자조섞인 평가도 나온다. 설계사 수당 등 비용 절감차원에서 GA를 활용한 보험사들이 GA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만큼 GA도 감독당국의 감독을 받아야 하며, 민원 발생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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