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길기자
휘트니 휴스턴[사진=아시아경제 DB]
이 같은 고찰은 지난해 10월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한 국제 심포지엄 '슈퍼휴머니티: 인간은 어떻게 스스로를 디자인하는가'에서 처음 소개됐다. 현대사회 속 인간상의 단면을 건축, 디자인의 관점에서 접근해 현대시각예술의 담론 지평을 인문학적 층위로 확장하는 자리였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기획해 발간한 '슈퍼 휴머니티'는 그 내용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책이다. 인간 자체의 변화 가능성에 주목해 현재와 미래를 살펴보고, 새로운 인간형의 도래와 실존 방식을 다각도로 사유한다. 통찰과 비평, 제안이 오가는 테마는 탈노동, 정신병리학, 가소성 세 가지다. 가소성에서는 인간의 뇌와 몸이 경험과 환경 등에 의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살펴본다. 커먼 어카운츠는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서 죽음이 어떻게 다뤄지고 인간 신체와 공간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주목한다. 스스로를 디자인하는 기관으로서의 인간 신체가 가진 가소적인 힘을 분석한다.가소성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점토이다. 대부분의 고체는 탄성을 가진다. 아무리 작은 힘을 주어도 변형되어 모양이 처음의 형태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탄성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손으로 가하는 힘의 최소 한계 내에서만 그렇게 경험되는 것이다. 아무리 작은 힘을 가해도 모양이 변해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탄성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이런 점토의 특성을 이용해 도자기를 만든다. 이때 점토는 첫 번째 가소적 질료로서 이후의 다른 질료들이 따라야 할 스타일을 구축한다. 브라운의 죽음을 포함한 인간의 신체 디자인은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죽음에 직면한 인간의 디자인은 도자기처럼 고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지속적인 유동성의 상태로 기능한다. 브라운의 신체만 하더라도 욕조에 잠긴 이래 지속적으로 진화했다. 병원의 생명유지 장치에 의해 절반만 살아있는 유기체가 됐고, 영안실의 방부처리실로 옮겨지면서 유체 처리된 사체로 존재했다. 장례식에서는 열린 관 속에서 아름답게 꾸며진 시신이었다. 그 뒤에는 인쇄물과 온라인 뉴스 등에서 반복적으로 유통되는 이미지로 존재했다.NATIONAL ENQUIRER '휘트니 휴스턴 사망 사고' 표지 캡쳐
그렇다고 첫 번째 가소적 질료로서의 특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커먼 어카운츠는 도예에 대해 '용기를 제작하는' 가소적 행위라고 주장한 젬퍼의 주장에 주목한다. "(젬퍼는) 욕조와 석관, 항아리와 유골단지는 상호 유사한 기원을 갖는다고 지적하면서, 그것들이 동시에 죽음, 의식, 생명 유지, 위생 등과 관련된 전형적인 도구라고 말한다." 브라운의 경우 생물학적으로 생명이 다하기까지 마지막 행위에서 휴스턴이 그러했던 것처럼 욕조를 석관으로 재구성했다. 여기서 치유와 부패, 다시 말해 살아있는 신체의 복원과 죽음의 연장은 유동적인 영역에 놓여 있으며 같은 인공물, 공간, 기술 안에 존재한다. 살아 있음과 살아있지 않음 사이에 존재하는 초생물학적 기구들을 가정의 영역으로 가져다놓는 것이다. 커먼 어카운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브라운의 위생적인 석관은 특별한 주택 건축물이 제공한 것이다. 또한 어머니에 대한 브라운의 확장된 기념품(재산을 물려받고, 어머니의 행적을 모방하려 하고, 어머니의 죽음을 반복한 것)은 가정성을 지닌 건축물과 더불어 집 안에 보존하고 있던 소집품 또한 요구했다."그들의 설명대로 인간의 신체는 디자인의 장소일 뿐만 아니라 스스로 인공적으로 보철된 환경과 이미지 자체의 즉각적이고 반사적인 디자인을 위한 동시적인 기구다. 가소적으로 들여다보면, 인간은 자기 신체와 다른 신체들 사이에서 생산적인 상호주의를 시작하는 디자인 기관으로 등록될 수 있다. 스스로를 디자인하는 정신으로, 죽음과 치유 사이에서 유체의 스펙트럼에 대한 불안정한 작동성이자 파괴와 부활 사이의 조건이다. 이 책은 그 실체를 파악하면서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묻는다. 이는 디자인의 주체로서 가져야 할 자세를 요구하는 역설(力說)이기도 하다. 디자인은 인간을 디자인할 수밖에 없으며, 인간은 디자인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