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에디슨이 남긴 가장 유명한 명언이다. 대개 사람들은 이 말에서 1%의 영감에 주목한다. 그러나 에디슨이 강조한 것은 1%의 영감이 아닌 99%의 노력이었다. 잠이 없기로 유명했던 그는 밤새 실험을 하면서 밤 12시에 점심을 먹을 때도 많았다. 전구, 축음기 등 그의 발명은 이 같은 태도에서 나왔다. 잠을 없애버린 에디슨의 모습은 불야성 같은 현대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잃어버린 잠을 찾아서'는 이처럼 잠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잘 버무린 책이다. 잠과 불면, 꿈에 관한 온갖 지식이 망라됐다. 젊은 시절부터 심각한 수면 무호흡증으로 고생했던 저자는 결혼한 뒤에는 도무지 잠들 줄 모르는 쌍둥이들 때문에 수면 부족에 시달리며 수면에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된다. 저자는 수면에 대한 과학적 접근뿐 아니라 역사, 문화적 의미도 살펴본다. 책 사이사이 풀어놓은 저자의 에피소드와 유머러스한 설명 때문에 한번 읽기 시작하면 책을 손에서 놓기가 쉽지 않다.우리에게 백의의 천사로 알려진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의 사례도 흥미롭다. 그녀는 거의 평생을 침대에서 살았다. 크림 전쟁 당시 기본적인 처치도 받지 못한 채 죽어가는 부상병들의 참상을 알리며 '등불을 든 여인'이라는 별명으로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이 된다. 그녀 자신은 이런 유명세를 극도로 혐오했다. 그녀는 36세 이후 공식석상에서 아예 자취를 감추고 90세의 나이로 숨을 거둘 때까지 생의 대부분을 침대에서 보낸다. 간호학의 초석이 된 저서 간호노트와 수많은 제안서 집필, 병원 설립 등을 침대 위에서 이뤄냈다.저자는 책을 통해 단순히 잠과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뿐 아니라 현대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진단도 내놓는다.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3이 매일 마시는 물질, 바로 '커피'를 이 시대의 상징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카페인을 두고 "카페인의 목적은 잠을 쫓는 것, 밤을 낮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커피숍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사회적 기능도 있지만 이런 흥분제가 있어야만 쉴 수 있는 문화는 어딘가 좀 이상하다"고 지적한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현대인들, 잠을 쫓아가며 일을 해야 하는 우리의 모습을 꼬집은 것이다. 프랑스의 소설가 발자크는 하루에 무려 커피 60잔을 마시며 12~15시간씩 글을 썼지만 비교적 젊은 나이부터 온갖 증상을 다 겪다 51세에 사망한다. 저자는 이를 두고 결국 커피 때문에 발자크가 죽었다고 평가한다.저자는 현재 전 세계를 "피곤에 지친 아기 같은 상태"라며 "가장 푹 자야 할 때 바락바락 울며 잠투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진단한다. 불면증의 사례를 보면 잠을 자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영국 수상이었던 마거릿 대처는 국가의 운영이라는 무게감 때문에 늘 깨어 있었다고 자서전에 썼지만 그것은 깨어있는 것이 아니었다. 연구에 따르면 21시간 동안 깨어 있는 사람은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8%인 사람과 반응 속도와 인지 장애의 정도가 같다. 잠을 제대로 못 자고 나라를 운영하는 것은 만취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는 것과 비슷하게 위험한 일인 것이다. 또 피로는 도덕성을 떨어뜨리고 인간성을 흐린다."제대로 자지 않는 문화는 어휘를 잃어가는 빈약한 소통만 남기고 기억력도 떨어지게 만든다. 잡다한 자극으로 우리를 지치게 해 진짜 우리에게 필요한 것에 주의를 기울일 힘을 앗아간다. 자지 않는 문화는 우리가 유리병 안의 벌처럼 살길 바랄지도 모른다. 꽃 위를 날아다니는 자유로운 벌을 한번 보라. 그 침묵의 예술을 관찰해보라. 벌이 가장 창조적일 때다."(280쪽)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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