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윤기자
19세기 후반 부터 20세기 초 미국에 존재했던 여성 간의 동거 관계를 지칭 '보스턴 결혼'은 산업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경제권을 갖고 독립한 여성들이 이성간 부부관계에 종속되지 않고, 독신녀로서 서로 헌신하면서 사는 새로운 관계유형을 제시했다.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서지현 검사의 용기 있는 고백으로 지난 1월 29일부터 국내에 확산된 ‘미투 운동’은 지난해 10월 미국 할리우드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행 피해 배우들의 폭로로 촉발됐다. 거슬러 올라가면 2006년 여성 사회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주창한 소수인종 여성·아동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운동이 출발점이다. 특권층, 권력자로 군림한 남성의 폭력을 고발하던 여성들의 외침은 어느덧 여성의 사회운동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영화 제작자와 배우, 교수와 제자, 상사와 부하직원이란 권력 관계 내에서 자행된 성폭력은 남성 중심 조직문화가 그 배경으로 지목됐고, 일각에서는 여성의 신체가 과잉성애의 대상이 되고, 또 아름다움의 기준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보스턴 결혼(Boston marriage)은 성적이지 않지만, 서로에게 헌신적인 비혼 여성 둘이 남성의 개입 없이 동거하는 것을 지칭하는 말로 미국 소설가 헨리 제임스의 ‘보스턴 사람들’에서 유래했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성폭력의 공포를 피하기 위한 절박한 목소리가 ‘미투 운동’의 핵심이었다면, 보스턴 결혼은 성애를 동반한 이성애 부부관계만 정상적 관계로 인정하는 사회를 향해 던지는 여성의 전위적 투쟁이다. ‘섹스보다 정서적 지지가 관계의 본질’이라는 이 19세기 발 혁신적 관계는 지난해 6월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되며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성폭력 위험에서 벗어난 여성, 이들의 성애 없는 헌신과 우정의 관계는 어떤 새로운 관계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