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애기자
수저계급론 / 사진=아시아경제 DB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다보니 가계의 전체 지출액 중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엥겔계수가 1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가계 소득에 비해 식료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상황에서 저소득층이 식료품 지출 이외에는 다른 소비를 할 여력이 없다는 뜻이다. 즉 엥겔계수 또는 엥겔지수(Engel's coefficient)가 높아졌다는 보도는 국민의 삶이 더욱 고달파지고 있다는 의미다. 동시에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먹고사는 문제에 있어 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뜻하기도 한다.아시아경제DB
5일 한국은행의 국민계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가계의 국내 소비지출은 573조6688억원이며, 그중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품’ 지출은 78조9444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했다. 이를 토대로 분석한 엥겔계수는 13.8%로, 2000년 13.9% 이후 가장 높다.최근 수년간 엥겔계수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2000년 이후 꾸준히 낮아져 2007년 11.8%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2008년 12%로 반등한 뒤 지난해 14%에 육박했다.엥겔계수의 상승은 장바구니 물가의 상승과 식료품 외 소비재 지출의 감소를 뜻한다. 같은 식료품을 구매해도 식료품 구매 비용이 높아지면 엥겔계수가 높아진다. 또한 식료품 구매 비용은 동일해도 식료품 외 소비재에 대한 소비를 줄이면 그만큼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져 엥겔계수가 상승한다.전문가들은 17년만에 엥겔계수 최고치 경신은 식료품 소비에서 양극화가 심화됐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고소득층에서는 고급 식품에 대한 선호가 높아져 식료품비 비중이 높아졌고, 저소득층에서는 소비재의 지출을 줄여 상대적으로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의 소비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 결국 금수저의 고급 식료품 소비가 늘고, 흙수저의 소비재 소비가 줄어든 '식료품 소비 양극화'가 만들어낸 합작품인셈이다.이와 관련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가 긴축적으로 꼭 필요한 소비만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중산층, 저소득층의 소득이 감소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필수품인 식료품은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어느 가계에서나 일정한 수준의 소비를 유지하기 때문에 소득이 높을수록 엥겔계수는 낮아지고, 소득이 낮을수록 엥겔계수는 높아진다. 따라서 엥겔계수가 높은 경우는 생활이 넉넉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고, 엥겔계수가 낮은 경우는 생활이 풍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또 신선 식품을 비롯해 식품 물가 자체가 오른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은 전체 물가 상승률의 약 3배에 달했다. 다양한 향신료와 해외 가공식품 등 고급 식재료를 사는 소비자가 많아진 것도 엥겔 계수를 끌어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식생활 수준이 고급화되면서 프리미엄 제품, 웰빙식품에 대한 소비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다만 이는 고소득층에 한정된 트렌드 변화이며, 서민들은 먹는 데에 대한 지출조차 버거운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