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진솔기자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위진솔 기자] 급증하는 몰래카메라(이하 몰카) 범죄를 피해 여성들이 ‘여성 전용’ 공간으로 ‘도망’ 다니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몰카 범죄 근절을 통해 여성들이 도망가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불법 촬영물 등 디지털 성범죄 발생 건수는 6470건으로 5년 전에 비해 2.7배 증가했다. 급증한 몰카 범죄의 피해자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여성 전용’ 공간의 등장은 타당해 보인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몰카 범죄로 검거된 1만6201명 중 1만5662명(98%)이 남성이며, 피해자의 경우 2만6654명 중 2만2402명이 여성 피해자로 84%를 차지했다. 남성 피해자는 2.3%(600명)였으며, 민감한 신체 부위가 찍혔지만, 각도 등의 문제로 성별이 판명되지 않은 경우가 13.7%(3652건)를 차지했다.최근에는 장소를 불문하고 모든 곳에서 몰카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가장 흔하게 몰래카메라 범죄가 벌어지는 출퇴근길 지하철에서부터, ‘드론’을 창문에 붙여 가정집을 촬영하는 몰래카메라까지 몰카 범죄의 양상이 다양해지고 있다. 또 지난 7월 서울동부지법 한 판사가 서울 지하철 열차 안에서 휴대전화로 몰래 여성의 신체를 촬영한 혐의로 기소돼 논란이 일었다.이런 상황에 최근 텀블벅(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는 ‘몰카 금지 응급 키트 : don't look at me’ 프로젝트가 올라왔다. 해당 키트는 몰래카메라 범죄가 가장 쉽게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진 공중 화장실에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가는’ 여성들을 위한 준비물로, 몰카 금지라고 쓰인 스티커와 마스크, 송곳, 실리콘 등으로 구성됐다. 해당 프로젝트는 종료일을 8일 남겨둔 현재 5,560,000원을 모아 목표금액의 556%를 초과 달성하며, 여성들이 몰카 범죄에 대해 느끼는 불안감을 증명했다.‘몰카 금지 응급 키트 : don't look at me’ 프로젝트 / 사진=텀블벅 홈페이지
그러나 위와 같은 프로젝트에도 불구하고 한 네티즌은 “나는 공공 화장실 안 쓴다”며 애초에 가해자가 몰래카메라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을 없애는 것이 본질적인 해결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이런 여성들의 생각을 반영해 최근 ‘여성 전용’의 이름을 단 공간들이 증가하고 있다. ‘여성 전용’ 공간은 피트니스 센터, 게스트하우스, 찜질방, 독서실부터 올해 ‘여성 전용’ 리조트로서 정식 오픈 예정인 핀란드 헬싱키 앞바다의 한 섬까지 다양하다. 특히 한 유명 여성 전용 피트니스 프랜차이즈는 서울과 경기에만 190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여성들이 여성 전용 공간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범죄로부터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피트니스 센터를 이용하고 있는 대학생 A씨(26·여)는 “과거 레깅스 운동복을 입었을 때 느꼈던 불편한 시선들과 탈의실에도 몰카가 있지 않을까 하던 걱정이 모두 상쇄됐다”면서 여성 전용 공간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사실 여성으로서 여성 전용 시설에 더욱 신뢰가 가고 이용하기 좋지만, 몰카 범죄를 막기 위한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몰카 범죄 근절을 위한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황옥경 서울신학대학교 교수는 여성 대상 범죄 근절 해결책에 관한 토론 방송에 출연해 “몰카 범죄는 성폭행범보다 더하거나 그와 동일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몰카 범죄자의 실명을 공개, 향후 교육수강명령, 그들을 추적할 수 있도록 하는 강력한 처벌이 있지 않은 이상 근절은 어렵다”고 전했다.위진솔 기자 honestyw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