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곤기자
사진=픽사베이
이후 A 씨는 친척의 도움을 받아 B 씨를 고소했다. A 씨는 2004년 성폭행을 당하고 2016년에 고소를 했으니 12년이 걸린 셈이다. 피해자가 받았을 고통의 시간을 계산하면 105,120 시간이다.13세 미만 미성년자강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 씨는 1심 재판과정에서 성폭행과 강제추행을 전면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A 씨가 자신이 성폭행을 당한 건물 위치와 장소를 특정했기 때문이다. A 씨는 또 B 씨가 근무하던 회사 이름과 버스 노선 구간, 그리고 차량 번호 4자리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재판부는 “B 씨는 사건 범행을 부인하면서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등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피해자는 여전히 건전한 성적가치관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선고했다”고 판시했다.항소심인 2심 재판부 역시 8일 지난해 1심 판결이 잘못됐다며 제기한 B 씨 항소를 “이유 없다”고 기각했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피해 여성의 진술을 신뢰,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외상후 스트레스 장애…피해 순간 등 뇌에 깊이 각인A 씨가 12년이 흘렀지만, 당시 자신이 겪은 사건에 대해 범행과정, 범행이 발생한 특정 장소를 마치 어제 일처럼 기억하는 것은 의료계에서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PTSD)의 한 부분으로 해석하고 있다.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증상은 특정 사건에 대한 반복적이고 집요하게 떠오르는 고통스러운 회상으로 알려져 있다. 예컨대 전쟁을 경험한 사람이 당시 총소리는 물론 총을 맞고 고통스럽게 죽어 가는 모습 등이 매일 잔상으로 남아 반복 연상 되는 것이다. 지진 등 재난을 경험한 사람도 마찬가지다.이 같은 이유는 당시의 고통스러운 상황이 뇌에서 정서와 기억을 담당 하는 해마와 편도체라는 곳에 깊이 각인 되어 버리기 때문으로 알려졌다.재판부가 A 씨 진술에 대해 실제로 경험하지 않았다면 묘사하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이고 세부적이며 모순이 없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사진=픽사베이
A 씨처럼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람들은 이런 현상으로 특정 사건에 대해 반복되는 꿈으로 괴로워하거나 작은 단서라도 존재하면 그때의 기억으로 쉽게 돌아가 사건을 다시 경험하는 듯한 착각이나 환각을 느껴 고통스러운 순간을 경험한다고 한다.트라우마로 인한 PTSD는 시각, 촉각, 악몽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발현되며 이에 따라 원인을 알 수 없는 수치심, 공황장애, 공격성, 충동조절 장애, 우울감 등으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수 없다. 특히 알코올이나 약물에 의존하는 경우 증상은 더욱 악화하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한편 A 씨 사건처럼 뒤늦게 범행 사실이 알려져 가해자가 ‘단죄’를 받은 사건은 또 있다. 인천지법 형사12부(이영광 부장판사)는 집에서 잠을 자던 두 딸을 잇달아 성추행한 아버지 C 씨(55)에게(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친족 관계에 의한 준강제추행 등의 혐의) 징역 4년을 선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고 8일 밝혔다.경찰에 따르면 피해자 D 양은 동생과 함께 강제추행을 당한 지 8년6개월 만에 아버지를 신고했다. C 씨는 2011년 11월 자신의 집 방 안에 설치한 텐트에서 잠을 자던 D양을 강제 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재판부는 "피고인은 잠이 들어 저항할 수 없는 친딸인 피해자들을 강제추행 하는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질렀고 추행의 정도도 가볍지 않다"며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피해자들이 상당한 신체·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재판부는 D 양의 진술 "겨울이어서 (집 안에 설치한) 텐트 안에 누워 잠이 들었는데 아버지가 제 몸을 만지고 있었다"며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몸을 움직였더니 놀라서 방을 나갔다"는 것에 대해 오래전에 벌어진 피해여서 C씨와 D씨의 일부 진술이 상충하지만, 신빙성을 부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한승곤 기자 hs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