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보릿고개 준비하는 현대重…임단협은 2년 연속 ‘헛발질’

같은 회사 다른 풍경…“내년 더 어려워질 것…미리 대비해야”1조3000억 규모 유상증자·현대오일뱅크 IPO로 자금 확보차입금 상환에 미래 투자위한 준비 작업임단협은 해 넘겨…2년 연속 타결 실패성과금·상여금 간극 좁히지 못 해…“내년 노사 관계 악화 우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선박(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내년 국내 조선산업 전망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보릿고개'다. 바닥을 기었던 지난해 수주실적이 본격 반영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조선사가 수주한 물량은 71척으로, 영국 조선ㆍ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가 집계하기 시작한 1996년 이후 가장 적다.  ◆수주 보릿고개 준비하는 현대重=세계 조선업 1ㆍ2위를 다투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이러한 보릿고개를 넘기위해 유상증자와 IPO(기업공개)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자금확보에 나섰다. 현대중공업은 26일 이사회를 열고 총 1조2875억원(1250만주)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의했다. 같은날 그룹 지주사인 현대로보틱스도 지분 91.1%를 갖고 있는 자회사 현대오일뱅크의 IPO를 결정했다. 현대오일뱅크의 상장 후 시가총액은 최소 8조원대로 추정된다. 유상증자와 IPO를 통해 현대중공업은 3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내년 현대미포조선ㆍ현대삼호중공업을 포함한 그룹내 조선사의 매출규모가 13조6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올해 전망치인 15조3765억원과 비교하면 11.5%, 지난해 매출규모인 26조8522억원에 비해선 50%나 줄어든다. 현대중공업은 내년 실적이 최악을 기록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조선업은 특성상 수주 계약 이후 건조 착수까지 1~2년 가량 소요된다. 지난해 '수주절벽'을 감안하면 내년에 건조할 일감은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대중공업 수주잔량은 올 1월 317억5900만 달러에서 11월 233억2100만 달러로 이미 감소 추세다.  현대중공업은 유상증자와 IPO를 통해 재무악화에 대비하고 미래 투자를 위한 실탄을 마련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내년 1분기 중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현대중공업은 순차입금을 모두 해소하고, 약 5000억원의 규모의 순현금을 보유하게 돼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할 수 있다. 공모규모만 최대 2조원이 예상되는 현대오일뱅크 IPO는 현대중공업은 물론 그룹 전체 투자력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조선업 구조조정에 따른 불안감이 많아 조선사의 재무상태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발주를 결정하려는 선주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무차입 경영 실현으로 경쟁사와는 차별화된 재무안정성을 확보, 향후 수주전에서 경쟁우위를 선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 이견 커” 임단협, 2년 연속 제자리 걸음=반면 임금·단체협상은 2년 연속 진전이 없다. 현대중공업의 임단협은 올해도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노동조합 조합원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지만 노사 잠정 합의안을 만들었던 현대차 보다도 진척을 보지 못한 상태다. 2년 연속 임단협 타결에 실패하면서 성과금ㆍ휴가 수당 등을 못받은 직원들의 피해도 늘어나게 된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26일 오후 2시부터 임단협 본교섭을 진행했지만 결국 최종 잠정 합의안 도출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날은 올해 마지막 본교섭인데다 잠정합의안 체결 3일 후 조합원 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규정을 감안하면 사실상 연내 타결을 위한 데드라인이었다. 하지만 합의안을 끝내 도출하지 못하면서 임단협 논의는 결국 내년으로 넘기게 됐다. 노조 관계자는 "이견이 있는 사안에 대한 입장을 서로 확인하는 것으로 교섭을 진행했으나, 성과금, 상여금 분할 등을 놓고 의견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교섭을 마무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노사 입장이 극명하게 갈린 지점은 상여금 분할이다. 사측은 내년부터 오르는 최저임금에 대응하기 위해 두달에 한번씩 지급하는 상여금을 한 달에 한번으로 나누자고 제시했다. 최근 최저임금위가 매달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할 것을 추진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노조는 임금 상승효과가 없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고정연장수당을 폐지한데 따른 보상금을 지급할 경우 이에 동의하겠다며 맞섰다. 성과금 역시 노조는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어려운 경영환경을 감안해 고통을 분담해달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노사 간 입장차는 이미 지난해부터 반복됐던 것인데 2년이 넘도록 간극조차 좁히지 못한 것"이라며 "보릿고개가 예상되는 내년엔 노사 관계가 더 악화될 수 있어 결국 직원들의 피해만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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