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火요일에 읽는 전쟁사]스타크래프트에 나오는 드라군을 왜 '용기병'이라고 부를까?

스타크래프트 프로토스 종족의 주요 유닛 중 하나인 드라군의 모습(사진=스타크래프트 게임 화면 캡쳐)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스타크래프트 게임에 등장하는 여러 유닛들 중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유닛으로 '드라군(Dragoon)'이란 유닛이 있다. 프로토스 종족을 선택하면 생산할 수 있는 유닛으로 네 발 달린 거미처럼 생겼는데, '용기병'이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게임 설정에 따르면 극심한 부상을 입은 병사의 육신을 기계 속에 넣어 만들어진다고 나와있는데 왜 하필 용기병이라고 불리는걸까?그 이유는 이 드라군, 즉 용기병이란 병종이 게임상에서 가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실제 역사 속에서도 존재했었기 때문이다. 스타크래프트 게임에서 그 이름을 차용했을 뿐이다. 여기서 용기병은 글자그대로 불을 뿜는 '용(Dragon)'을 상징하며, 이것은 이 드라군이란 병종이 길이가 짧은 머스킷이나 권총 등 개인화기를 들고 다니면서 전장에서 불을 뿜어댔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었다.

18세기 운용되던 드라군의 모습(사진=위키피디아)

과거 드라군 부대를 그린 그림들을 보면 전부 일반 기병이랑 분간이 안가게 그렸기 때문에 무슨 이유로 '기병대(Cavalry)'와 별도로 용기병이라 불렸는지 알기 힘들다. 18세기까지 기병대는 주로 마상 위에서 칼을 휘둘렀고, 소총을 들고 다니는 기병은 '총기병(carbineer)'이란 별칭이 따로 있었다. 이 기병용 소총은 흔히 장교용 소총으로 알려진 카빈(carbine)의 어원이 되기도 했다.사실 용기병은 기병대가 아니라 보병부대로 편성된 부대였다. 이들과 기병 병종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말 위에서 싸우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기병대는 마상에서 칼을 휘두르며 일거에 돌진해 적의 보병 방진을 깨트리는 역할을 하고, 총기병들도 마상에서 달리며 사격을 했지만 드라군은 말에서 내려서 싸우는 병종이었다. 말은 어디까지나 전장까지 타고가는 교통수단이었던 것.

장갑차로 이동, 전선에 도착하면 차량에서 내려 진격하는 현대 기계화부대의 모습.(사진=연합뉴스)

그래서 흔히 이 드라군부대를 현대 기계화보병의 선조격으로 보곤 한다. 기계화보병은 전투시 기동력을 높이기 위해 차량이나 장갑차에 탑승해 전차부대를 따라다니며 전선에 도착하면 장갑차에서 내려 보병으로서 싸우는 부대를 일컫는다. 당시 기병대는 오랜 훈련을 통해 양성해야하고 말을 많이 보유해야하는만큼, 비용이 많이 들어갔기 때문에 많이 운용할 수가 없었다. 이런 기병의 생산 한계와 보병의 기동성 향상을 고민하는 상황에서 만들어진 부대가 승마보병, 즉 용기병이었다고 할 수 있다.유럽에서 등장한 것은 정확치 않지만 17세기 이후 30년전쟁을 통해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30년전쟁 당시 스웨덴의 뛰어난 전략가로 이름이 높았던 국왕 구스타프 아돌프 2세가 이 드라군을 활용한 승마보병 작전을 자주 펼쳤는데, 전선에서 가치가 입증되자 많은 나라에서 양성됐다고 전해진다. 스웨덴이나 북구 지역에서 드라군을 편성하게 된 이유는 상대적으로 타국에 비해 크기가 작은 '말' 때문이었다. 작은 말들은 보통 당시에 흉갑을 착용하고 각종 소총과 무기로 무장한 기병대 남성의 중무장을 버티기가 힘들었다. 그렇기에 보병의 이동수단으로 운용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었다.

일본의 사무라이도 말을 주로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고 전장에서는 말에서 내려와 보병으로 전투에 참가하는 승마보병 역할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져있다.(영화 '라스트 사무라이' 장면 캡쳐)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주로 일본이 많이 활용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대표적인 동양의 드라군이 바로 '사무라이'라는 것. 사무라이들은 주로 말을 타고 칼을 휘두르는 모습이 그림에 많이 남아있지만, 실제로는 말은 교통수단으로 쓰고 전선에서는 말에서 내려 사병들과 함께 보병으로 싸우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16~17세기까지 일본에서도 북유럽 국가들처럼 현대 승마 종보다 훨씬 작은 말들을 운용했고, 이런 작은 말은 보병 방진을 공격할 때 충격력이 약해 돌파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기 때문에 주로 마상에서 활을 쏘거나 말에서 내려 싸웠다고 알려져있다.이후 유럽에서는 18세기로 넘어가면서 일반 기병대와 마찬가지로 드라군들도 마상 돌격과 사격 등을 익히면서 필요에 따라 기병의 일부로 편제되기도 했다. 말에서 내리면 보병, 다시 타면 기병이 되는 하이브리드 병종이 된 셈이다. 그만큼 전장에서 많이 활약하다보니 용기병이란 이름이 붙게 됐던 것이다.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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