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민족의 명절 추석이 돌아왔다. 평소에는 만나기 힘든 일가친척 친지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북핵과 대통령의 국정운영 등 굵직굵직한 주제들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사람 사는 이야기'인 '돈'이 대화 주제에서 빠질 수 없다. 특히 새 정부가 경제 패러다임 시프트를 추구하고 있는 만큼, 같은 주제를 놓고 엇갈리는 의견을 내는 일도 적지 않을 것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맞는 첫 추석에 어떤 경제 대화들이 오갈지 상황별로 가상 대화를 구성해 봤다.
◇편의점 사장 삼촌 vs 만년 알바생 조카삼촌=정부가 내년에 최저임금을 16%나 올린단다. 지금도 가져가는 것 없어서 힘든데,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접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조카=보수 정권에서 최저임금을 쥐꼬리만큼 올린 것도 생각해야죠. 지금 최저시급이 한 시간에 6470원밖에 안 돼요. 삼촌: 그렇다고 한 번에 16%씩 올리면 어떻게 하니. 그렇잖아도 코앞에 편의점이 하나 더 들어와서 걱정인데. 그리고 우린 이미 최저임금보다 더 주고 있어. 조카: 젊은이들이 돈을 더 벌어야 편의점에서 돈을 더 쓰죠. 그래야 편의점도 살고 경제도 나아지는 거 아니겠어요?삼촌: 그래봤자 한 달에 고작 20만원 더 버는데 얼마나 돈을 더 쓰겠니. 조카: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한 달에 고작 20만원 더 주는 게 그렇게 부담이 커요? 삼촌 : 내가 직원을 한 사람만 쓰는 것도 아니고…. 에이, 됐다. 이 얘기는 그만하자. 조카: 정부에서도 지원해준다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삼촌: 정부가 저지르기만 하고, 언제 일을 제대로 했어야지. 조카 : 3조원 정도 지원한다는데 삼촌 가게도 받을 수 있을 거에요. 삼촌: 모르겠다. 내년이 돼 봐야 알겠지. 내가 좀 더 일하는 시간을 늘려야겠다.
◇전통시장서 가게를 운영하는 시누이 vs 복합쇼핑몰 마니아 올케올케: 올해는 좀 어떠셨어요? 시누이: 말도 마, 추석도 예전 같지가 않아. 왜 인터넷보다 비싸냐고 하는 사람도 있고…. 내년에는 복합쇼핑몰 허가도 난다는데 손님이 더 줄어들까 걱정이야.올케: 복합쇼핑몰도 필요하긴 해요. 젊은 부부들은 주말에 그런 데 가는 게 낙이에요. 시누이: 좋은 거야 나도 알지. 그런데 우리는 생계 문제니까…. 정부가 주말에 월 2회 쉬도록 한다니 그나마 다행이야. 올케: 저는 새 정부 지지하지만 그건 안 했으면 좋겠어요. 주말에 두 번이나 쉬면 얼마나 불편한데요. 시누이: 놀러갈 곳이 거기만 있는 것도 아니잖아. 올케: 유모차 끌고 놀러 갈 곳이 생각보다 별로 없어요. 있어도 돈이 웬만큼 나가는 게 아니고요. 복합쇼핑몰은 구경할 것 다 하고 마트에서 장까지 볼 수 있어서 얼마나 편한데요. 시누이 : 전통시장도 놀 거리가 있어야 하는데…. 이러니 사람들이 전통시장에는 오지를 않지. 나도 몇년만 더 하다가 장사를 접어야 할까봐. 사람들은 안 오고 경쟁자는 계속 생겨나. 올케: 전통시장도 싸고 좋은 제품이 많은데, 카드도 안 받는 점포가 많고 주차장도 부족해서 그런 것 같아요. 다 같이 잘 살 방법은 없는지….
◇갭투자에 나선 형 vs 서울서 전세 살며 내 집 마련 꿈꾸는 동생뉴스 : 정부는 추석 연휴가 끝나면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형: 또 무슨 정책을 내놓는다는 거야. 부동산 투자 한 사람들이 죄인도 아니고…. 장관들은 2주택씩 갖고 있으면서 왜 일반인들은 못 하게 하는 건지. 동생: 부동산 가격이 자고 일어나면 급등하고 있는데, 정부가 규제를 해야지요.형: 규제를 하는 건 괜찮아. 그런데 너무 죄인 취급을 하잖아. 개인에게는 투자할 자유가 있는데. 동생 : 그런데 그 투자가 너무 심해져서 부동산 시장을 교란하면 규제를 받아야죠. 집값이 너무 비싸져서 젊은 부부들은 서울에 내 집 하나 장만 못 하는데. 형: 노후 대비로 부동산 투자하는 사람들은 어쩌고. 그리고 이런 규제 때문에 실수요자들이 집 살 수 있는 기회를 막아 버릴 수도 있잖아. 동생: 실수요자들이 집을 못 사는 건 이번 정책 때문이 아니라 집값 자체가 너무 비싸서예요. 형: 모르는 소리 좀 하지 마. 규제를 해도 절대로 집값 안 떨어져. 동생: 그건 두고 봐야죠.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고령화가 진행될 텐데 장기적으로는 집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형: 지방이야 떨어지겠지. 너도 이번 규제 때문에 힘들지 않니? 대출 한도가 줄었으니. 동생: 저 개인적으로도 손해를 보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생각해 보면 부동산 시장을 이대로 놔둬서는 안 될 것 같아요. 형: 글쎄, 오히려 누르면 누를수록 더 튀어오르지 않을까? 어쨌건 너무 센 대책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갭투자란? 전세를 끼고 집을 매입한 뒤 집값이 오르면 되팔아 시세차익을 올리는 투자기법. 서울 등을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으로 지정한 8.2 부동산 대책은 갭투자를 줄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비록 상상력에 의존한 가상대화지만 경제문제는 돈으로 직결되고 돈은 때로 피로 맺어진 사이마저 멀어지게 할 수도 있다. 어리석은 일이다. 올 추석 연휴는 무려 10일이나 되는 만큼 가족간 대화가 더 길어지고 진지해질 수도 있다. 이번 추석 기간 중 가족간 대화가 공감과 절제, 관용으로 가득 차기를 기대해본다. 세종=이지은 기자 leezn@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경제부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