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들의 추석나기①]'오로지 날 위한 시간'…추석에도 '욜로'인 2030

자전거로 국토종주, 남미로 해외여행, 호캉스 즐기기 등 그 모습도 각양각색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이번 추석 연휴는 오로지 저를 위해 쓰려고요."직장인 이정현(32)씨는 이번 추석 연휴에 고향에 내려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자전거를 타고 국토종주를 할 계획이다. 이씨는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긴 하지만 이렇게 긴 연휴가 흔하지 않다"며 "지금을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최장 10일에 달하는 올 추석 연휴에는 고향 대신 본인이 가고 싶은 곳을 찾는다는 20~30대 청춘들이 많아졌다. 이른바 '욜로(YOLO)족'이다. 욜로는 한 번 뿐인 인생을 마음껏 즐기라는 뜻을 가진 신조어다.이들은 대부분 긴 연휴를 이용해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시간상 할 수 없었던 것에 도전한다. 이씨는 자전거로 국토종주하는 것을 선택했다. 인천 아라서해갑문에서 부산 낙동강 하굿둑까지 총길이 633㎞ 구간을 자전거로 타고 가는 것이다. 보통 5~6일 소요된다는 점에서 직장인들이 휴가를 내지 않는 한 시도조차 어렵다. 이씨는 "요즘 날씨도 자전거 타기에 딱 좋다"며 "다른 팀에 있는 상사도 몇 명 모집해서 자전거로 여행을 떠난다는 얘길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전거와 관련된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이번 연휴에 자전거 여행을 함께할 길벗을 찾는다는 글이 지난달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었다. 남아메리카 등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해외여행을 가는 경우도 있다. 직장인 유지영(29)씨는 29일 페루로 떠난다. 비행시간과 대기시간을 합치면 왕복 60시간이 걸리지만 이번 연휴가 아니면 갈 수 없다는 생각에 유씨는 페루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연휴 앞뒤인 29일과 다음 달 10일에 연차를 내고 12일 동안 페루를 여행할 계획이다. 유씨는 "남미를 가는 여정이 '죽음의 비행시간'이라고 불릴 정도로 멀기도 하고, 여행 난이도도 높은 지역이라 조금이라도 더 젊을 때 가보고 싶었다"며 "가족들이랑 함께 보내는 시간도 좋지만 직장인이라서 이렇게 긴 연휴를 만나 여행을 떠날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에 가기로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여행업계는 이번 연휴 해외여행객이 사상 최대인 110만 명 이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호텔로 바캉스를 떠나는 '호캉스'를 즐기겠다는 이들도 많다. 이번 연휴 서울 내 호텔들 가격이 평소보다 낮아지면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쉴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도심의 한 호텔은 평소 1박에 17~18만원 하던 객실을 이번 연휴엔 11~12만원 정도로 낮춰서 내놓기도 했다. 신모(35)씨는 "호텔에서 푹 쉬면서 먹고 자고 할 예정"이라며 "고향에 내려가면 친척들이 언제 결혼하는지, 승진은 했는지 물어볼 게 뻔해 차라리 쉬면서 힐링하는 걸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현실 세계에서 힘들었던 것들에 대해 보상 받기 위한 방법으로 본인에게 선물을 주고 여행을 가는 것"이라며 "힘들었던 만큼 거기에 대한 보상욕구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곽 교수는 "모처럼의 연휴를 혼자 즐기고 싶은 개인적 심리는 물론 친척들을 만났을 때 결혼, 직업 얘기 등으로 생길 수 있는 상처를 피하고 싶은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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