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일기자
밤섬 실향민 고향 방문
밤섬은 밤처럼 생긴 모양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예로부터 뛰어난 경치를 지녀 율도명사(栗島明沙) 즉, 맑은 모래가 널리 펼쳐진 섬의 풍광으로 마포팔경중 하나로 꼽혔다. 500년 전 조선의 서울 천도와 함께 배 만드는 기술자들이 처음 정착했다고 전해진다. 이 곳은 마포항이 물산의 집산지로서 번성하면서 고유의 전통한선(황포돛배) 제조업이 발달했다. 뿐 아니라 배짓기와 진수 등 과정에서 유래된 '마포나루배 진수놀이'라는 독특한 전통문화도 간직해왔다. 1940년에 밤섬에서 태어나 68년까지 살았다는 유덕문 밤섬보존회장은 “당시에는 한강물을 먹고 살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호롱불로 생활했다. 한 여름에는 넓은 백사장에서 놀기도 하고, 추운 겨울 한강이 얼면 배가 다닐 수 없어서 섬 밖을 나가지 못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그 후 밤섬은 1968년 여의도 윤중제 조성을 위해 폭파됐고, 당시 거주하던 62가구 443명의 주민들은 마포구 창전동 소재 와우산 기슭으로 정착지를 옮겼다. 폭파에 의해 밤섬(당시 면적 5만8000㎡) 대부분은 없어지고 일부만 남았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한강 상류의 퇴적물이 쌓여 지금의 밤섬에 이르게 됐다.1999년 서울특별시 생태경관 보전지역 1호로 지정되면서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됐다. 오늘날 밤섬에는 버드나무, 갯버들 등 식물이 자라고 있고, 흰뺨검둥오리, 알락할미새, 제비, 중대백로 등의 다양한 새들이 서식하고 있다. 2012년 람사르습지로 지정됐고, 총 면적은 24만1000㎡(7만3100평)에 달한다.박홍섭 마포구청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밤섬 옛 주민들이 마음의 안식처이자 푸근한 어머니의 품과 같은 고향땅을 밟게 돼 매우 의미있게 생각한다. 비록 하루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잠시나마 옛 이웃들과 추억을 회상하며 고향이 주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