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영기자
인터넷 중고 거래나 ‘조건만남’ 등을 빙자해 사기 행각을 벌이다 경찰에 붙잡힌 일당 중 한 명이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돈을 인출하고 있다. 사진제공=강서경찰서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중국에 있는 조직과 연계해 인터넷 중고 거래나 ‘조건만남’ 등을 빙자해 사기 행각을 벌여 수억원의 돈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서울 강서경찰서는 사기 조직의 국내 팀장 장모(19)씨와 일명 ‘말’로 불린 인출책 이모(20)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또 다른 인출책 김모(30)씨는 사기 혐의로, 계좌를 빌려주고 하루에 5만원씩 받은 6명은 사기 방조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경찰에 따르면 장씨 등은 지난 6월15일부터 지난달 초까지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캠핑텐트 등 휴가용품을 판다고 속이거나 조건만남 성매매를 제안하는 등의 사기 행각을 벌여 292명으로부터 총 3억2700만원 상당의 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이들은 대포통장으로 돈을 먼저 입금하게 한 뒤 입금이 확인되면 연락을 끊은 것으로 조사됐다.예비신부 A씨는 혼수비용을 아끼기 위해 백화점 상품권을 시중가격보다 싸게 판다는 인터넷 게시글을 보고 2870만원을 입금했다가 사기를 당했다. 또 피해자 B씨는 조건만남을 시켜주겠다는 말에 속아 6255만원을 뜯겼다.경찰 조사 결과 사기범들은 총책, 팀장, 인출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점조직 형태로 활동했다. 중국 메신저인 ‘위챗’을 이용해 중국에 있는 총책으로부터 지시를 받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또 총책은 내부지침을 만들어 조직원들을 통제하는 치밀함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총책은 조직원들에게 ‘인출 후에는 택시를 타고 돌아가며, 중간에 한 번 이상 택시를 갈아탈 것’, ‘모텔 등 숙박업소에 투숙할 것’ 등을 지시했다.이를 따르지 않으면 보복을 하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총책은 팀장과 인출책을 채용할 때 자신에게 본인뿐 아니라 부모나 애인의 신분증 사본을 보내도록 해 발을 묶기도 했다.경찰은 중국에 있는 총책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 중고 거래를 하기 전에 경찰청에서 계좌의 사기 이력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