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중지추]현대제철 '징검다리 연휴, 연차 쓰는데 왜냐고 묻지마세요'

"이유는 묻지마" 연차 마음편히 쓰라는 회사측 배려 팀장들 출근 막으려 ID카드 압수하고 2주씩 재충전 휴가 주기도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14일은 징검다리 휴일입니다. 오늘 하루 연차를 냈다면 4일 동안 쉴 수 있지요. 직장인들에겐 여름 휴가에 이은 보너스 휴식인 셈입니다. 연차 쓰는데 성공한 직장인들 중에선 "어떤 핑계를 대야 한 소리 듣지 않을 수 있을까" 머리를 굴린 이들도 있을 겁니다. "부장님, 저 연차 좀…"이라는 말을 꺼냈을 때 "왜? 집에 무슨 일 있나?"라는 대답은 파블로프의 개 실험만큼이나 자동반사적인 반응이니까요. 하지만 이런 관행을 없애려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현대제철은 최근 '연차 쓰는 직원에게 이유를 묻지말라'는 사내 문화를 정착시켰습니다. 임원들은 한동안 부서 회의 때마다 "연차를 쓴다는 직원들에게 의식적으로 "왜?" 라는 질문은 절대 하지말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언제든 필요할 때 마음 편히 쉬라는 배려입니다. 이 회사 직원은 "부서 막내 직원들까지 여름휴가에 하루 이틀 씩 더 붙여서 쉬어도 눈치보지 않는다"라며 "이 문화가 자리 잡은 후 오늘 같은 날엔 연차 내는 직원들이 꽤 된다"고 전했습니다. 현대제철은 300명 정도에 달하는 팀장들에게도 2주씩 재충전 휴가도 줬습니다. 쉴 시간은 주는 대신 회사에 출입할 때 꼭 필요한 아이디(ID)카드는 뺏았습니다. 자의로 혹은 타의로 '휴가 기간에 회사에 출근하는'(비정상적이나 우리나라에선 일상다반사인) 일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이지요. 회사 출입까지 정지당한 채 등 떠밀려 떠났지만 팀장들은 2주간 일은 머릿속에서 지울 시간을 얻었습니다. 쉼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는 확산되는 중입니다. 동국제강 역시 팀장급들에게 리프레시 휴가 일주일과 휴가비 300만원을 선물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갈 길은 멉니다. 지난달 정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임금근로자의 평균 연차 사용일수는 7.9일입니다. 연차휴가 부여일수인 15.1일의 겨우 절반 수준이지요. '회사 분위기'(44.8%)가 연차를 막는 주요 이유였습니다. '휴가= 바빠 죽겠는데 노는 것' '휴가=지속을 위한 쉼'. 회사마다 휴가에 대한 인식은 한 끗 차이입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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