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임명철회' 커지는 반대 목소리…靑 '침묵' 與 '전전긍긍'

반대 성명 잇달아…靑 "별다른 입장 없다"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9일 오전 과천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청와대가 또 다시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문재인 정부 들어 신설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차관급)에 '황우석 사태'에 연루돼 공직에서 물러난 경력이 있는 박기영 순천대 교수를 임명한 때문이다.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20조원에 달하는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심의하는 자리에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지만 청와대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청와대 핵심관계자는 9일 박 본부장에 대한 논란과 관련, "청와대로서는 별다른 입장을 말씀드릴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자리가 R&D 컨트롤타워라 경험이 굉장히 중요해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과학기술보좌관 경험을 굉장히 중요시 해서 인사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청와대는 박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다양한 실무경험을 겸비해 핵심과학기술 연구개발 지원과 변화·혁신을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각계에서 박 본부장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과거 '황우석 사태'에서 드러난 연구윤리 문제 때문이다. 2005~2006년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 재직 시절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관련 논문에 기여하지 않고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또 본인 전공인 식물생리학과 관련이 없는 과제로 황 전 교수로부터 연구비 2억5000만원을 지원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결국 공직에서 물러났다.박 본부장은 청와대 재직 당시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과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함께 차세대 핵심 기술 육성을 위한 모임인 '황금박쥐(황우석·김병준·박기영·진대제)'를 만들 정도로 과학기술 정책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지난 5월 박 본부장이 '제4차 산업혁명과 과학기술 경쟁력' 책을 냈을 땐 대선 후보였던 문 대통령이 추천사를 써줄 정도로 가까운 사이여서 '코드인사'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야당 뿐 아니라 과학계, 시민단체 등이 잇달아 박 본부장 임명 철회를 요구,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회원' 168명과 과학기술자 60명은 이날 긴급 성명서에서 "우리는 과학기술혁신본부장으로 박기영 교수가 적합하지 않으며, 그 이유는 그에게서 어떤 혁신의 상징도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바른정당은 박 본부장 임명을 '적폐인사'로 규정했다.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고 있지만 속내가 복잡하다. 한 여당 의원은 "문 대통령도 (황우석 사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등으로 재직해 박 본부장 관련 논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텐데 왜 굳이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는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여당 관계자는 "박 본부장의 논란 내용은 다른 장관 후보자들에게 제기됐던 의혹들과는 전혀 달라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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