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유치원 확대 결사반대'…유아교육발전계획 세미나 끝내 무산

한유총, 세미나 무효 시위…3차에 이어 4차 세미나도 또 무산"재정 지원 받아도 국공립유치원 확대는 수용 못해"

25일 서울 종로구 학교보건진흥원에서 열린 '제2차 유아교육발전 5개년 기본계획' 제4차 세미나에서 김득수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장이 세미나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사립유치원단체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쳐 향후 5년 간 시행될 국가유아교육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현장 세미나가 또 다시 무산됐다.25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학교보건진흥원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2차 유아교육발전 5개년 기본계획' 제4차 세미나가 끝내 무산됐다. 지난 21일 대전교육과학연구원에서 열린 3차 세미나에 이어 두 번째 파행이다. 이로써 연구진이 현장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던 세미나는 모두 종료됐다.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들은 이날 12시 30분경부터 세미나 장소 입구를 점거하며 집단행동을 벌였다. 이미 오후 1시에는 세미나 장소 근처의 계단과 복도가 한유총 회원들로 가득 찼다.이 세미나는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수가 교육부의 의뢰를 받아 진행하는 '제2차 유아교육발전 기본계획 수립의 방향과 주요 과제' 연구 중 현장 의견 수렴 과정이다. 연구 결과는 유아교육법에 따라 교육부 장관이 수립·추진하는 유아교육발전기본계획의 초안이 된다.주요 연구과제는 지난해 기준 24%였던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을 2020년까지 40%로 끌어올리는 방안이다. 연구진은 공립단설유치원 증설 및 공립병설유치원 학급 확대, 운영난을 겪는 사립유치원을 사들여 공립단설유치원으로 운영 등을 제시했다.사립유치원장들은 김 교수팀의 계획안을 전면 부정했다. 세미나 시작 전 단상에 올라선 김득수 한유총 회장은 "국공립유치원 40% 확대는 사립유치원 죽이기 정책"이라며 "정부가 사립유치원에 재정을 지원하는 타협안을 내놓더라도 국공립유치원 확대는 수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한유총회원들은 이에 동조하며 '세미나 무효'를 외치고 박수를 쳤다.상황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김 교수는 세미나 종료를 결정하고 연구진과 함께 세미나 장소를 빠져나갔다. 하지만 김 회장과 한유총 회원들은 세미나장소를 점거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은 "연구진에게 기존 계획안의 전면 백지화를 제안하고 한유총의 의견을 전달하는 자리를 만들겠다"며 "이에 불응할 시 다음 주부터 휴업을 통한 강력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25일 서울 종로구 학교보건진흥원에서 열린 '제2차 유아교육발전 5개년 기본계획' 제4차 세미나가 무산된 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들이 서울시교육청 유아교육과를 점거한 뒤 발언을 하고 있다.

세미나 파행 이후 서울시교육청 유아교육과에서 이어진 기자간담회 역시 한유총 회원들의 난입으로 무산됐다. 한유총 회원들은 오후 4시 현재까지 서울시교육청 유아교육과를 점거한 채 해당 공무원들과 대치중이다.이날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찾은 만 5세 유아 학부모 유모씨는 "현장의 의견을 듣고 계획을 수립하는 자리가 무산됐다는 것이 학부모로서 무척 화가 난다"며 "학부모들은 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높지만 정책 수행 주체에 대한 신뢰가 낮다. 사립유치원장들이 지금 보인 모습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했던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과 다를 게 없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연구가 시작된 지 2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지만 최대한 현장의 의견을 듣기 위해 이른 시기에 세미나를 마련했는데 이 같은 형태로 파행돼 유감"이라며 "국정과제에 제시된 것처럼 국공립유치원 비율 40%라는 숫자에 매몰되지 않고 바람직한 유아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며 연구해가겠다"고 설명했다.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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