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국민믿고 증세 논의하는 자리 마련해야'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5년 동안 77조4000억 원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중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를 달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돈이다. 기초연금이 오르고 아동수당이 신설된다. 치매안심센터가 늘어난다. 건강보험 보장성 등이 강화된다. 문 정부는 이를 통해 5년 동안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문제는 '돈'이다. 0~5세를 대상으로 내년부터 아동수당 월 10만 원이 지급된다. 5년 동안 10조3000억 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생계·의료·주거 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화된다. 5년 동안 4조8000억 원이 더 들어가야 한다. 기초연금이 내년부터 25만 원으로 인상된다. 2021년에 30만 원이 된다. 기초연금과 장애인 연금 10만 원 인상으로 5년 동안 23조1000억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치매안심센터와 치매안심병원 설립, 24시간 장애인 활동 지원 서비스 등 국민 건강증진과 장애인 자활이 적극 추진된다. 1조8000억 원이 들어간다. 복지가 강화되면 그만큼 들어가야 할 국가 재정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증세 없이 가능하겠냐는 부분에 이르면 전문가들은 대부분 비판적이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24일 오후 세종청사에서 취임식을 갖는다. 박 장관 앞에 놓인 산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복지국가를 만들겠다는 의지와 함께 추가 재원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추가 재원을 두고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만큼 기획재정부가 알아서 잘 처리해 줄 것"이라고만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너무 안일한 대책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증세 없이 재원을 확보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문 대통령은 과장된 '조세 저항' 논리에 휘둘리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오 위원장은 "대통령이 '국민의 시대'로 들어섰다고 규정했다면 이제 국민을 믿어야 한다"며 "그동안 보편복지 논의를 거치면서 시민들은 복지를 권리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복지가 늘어나는 만큼 세금이 더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보험의 보장성이 강화되는 만큼 사회 보험료도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이미 알고 있다"며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정부라면 당당하게 증세를 제안하고 시민을 믿고 증세를 위한 사회적 논의자리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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