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읽다]쿠바의 '도시농업'을 만나다

쿠바인의 '생태과학적 해법'이 불러온 놀라운 효과

▲쿠바 도시농업 중 하나인 오가노포니코.[사진제공=희망제작소 정창기]<br />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쿠바의 도시농업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도시에서 작물을 기른다는 의미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쿠바를 지탱하는 새로운 생산 시스템으로 정착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정창기 희망제작소 목민관클럼팀 연구위원이 최근 '지속가능발전의 또 다른 실험'이란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쿠바의 도시농업에 대해 소개하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보고서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합니다. 쿠바는 한반도 면적의 2분의1, 1인당 GDP는 1만1000~1만2000달러 정도입니다. 면적이나 경제적 규모로만 본다면 우리나라보다 훨씬 뒤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과연 그럴까요.평가의 잣대를 다르게 적용하면 우리나라가 쿠바에 오히려 못 미칩니다. 쿠바는 세계자연보호기금(WWF)으로부터 지구상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조건을 충족시키는 유일한 나라로 평가받았습니다. 2010년 세계경제포럼과 유럽연합위원회 등이 공동으로 개발한 '환경성과지수(EPI)' 평가에서 쿠바는 9위를 차지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 순위는 94위였습니다. ◆도시농업으로 탈바꿈하다=쿠바는 스페인의 식민지, 미국의 신식민지 기간을 거치면서 사탕수수 생산을 위한 농업형태가 자리 잡았습니다. 트랙터로 대규모 농업이 이뤄졌고 살충제와 화학비료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생물다양성과 종자 다양성은 사라졌습니다. 사회주의 국가들이 몰락하고 미국의 경제봉쇄가 강화되면서 쿠바 정부는 1992년 이른바 '특별시기(Periodo Especial)'를 선포합니다. 실제 1989년과 1993년 사이 쿠바 국내총생산은 무려 45% 정도 추락했습니다. 경제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쿠바가 내놓은 해법이 바로 도시농업과 유기농업이었습니다. 도시농업은 도시 내의 공한지, 텃밭, 집 마당(파티오)을 경작해 식량을 생산하는 농업활동을 말합니다. 쿠바는 줄어든 식량 수입량을 만회하기 위해 도시의 유휴지나 공터 등 가능한 모든 토지를 농지로 사용했습니다. 경제봉쇄 등으로 석유와 농약, 화학비료를 수입할 수 없어 자연스럽게 유기농법으로 발전했습니다. 쿠바 도시농업은 ▲지역 생산→지역 소비 ▲작물 재배와 동물사육의 통합 ▲유기농업을 통한 토양 비옥화 ▲1인당 과일채소 권장량 460g 확보 등을 주요 목표로 삼았습니다. 도시농업의 형태로는 오가노포니코, 집약텃밭, 파티오와 자급농장 등이 있습니다. 쿠바 도시농업의 독특한 형태라고 할 수 있는 오가노포니코(Organoponico)는 비옥한 토지가 없을 때 사용하는 유기농법을 말합니다. 벽돌, 철근, 컨테이너 등을 재활용한 컨테이너(양육판)를 사용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도시 내 어느 곳에나 가능합니다. 폐기물을 재활용할 수 있고 집중호우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도시농업, 해외 식량의존도↓ 일자리↑=오가노포니코의 대표 사례로는 알라마르 농장(Vivero Alamar)을 꼽을 수 있습니다. 1997년 설립된 기초단위 협동조합입니다. 5명으로 시작해 현재는 120명 조합원 규모로 확대됐습니다. 이 농장은 지역사회에 농작물을 공급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연간 300톤 이상의 채소를 생산합니다. 도시농업을 위해 쿠바에서는 농업부과 환경부를 비롯한 중앙부서와 주-시 단위의 지방정부 조직, 연구기관과 대학, 도시농장과 생산조합이 촘촘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이 같은 노력으로 현재 전 세계 종사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미국 기업 몬산토(Monsanto)로부터 독립할 수 있었습니다. 쿠바에 도시농법이 정착되면서 큰 변화가 찾아옵니다. 그 변화를 정창기 연구위원은 몇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우선 식량생산성이 높아지고 화학비료 사용은 줄어들었습니다. 1988년과 비교했을 때 1994년에는 식량생산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는데 2007년에는 오히려 크게 늘어났습니다. 같은 기간 화학비료 사용량은 절반 이상으로 줄었습니다. 식량수입 의존도가 크게 감소한 것도 특징입니다. 한 때 식량 대부분을 외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했는데 2000년대 이후에는 주요 식량 자급률이 95%에 이르고 있습니다. 도시농법의 효과는 여기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고용창출과 소득 증대로 이어졌습니다. 2015년 기준 35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고 그 중 7만개는 여성이었습니다. 청년 고용도 7만8500개에 이르렀습니다. 1996년에서 2005년 10년 동안 1인당 GDP가 4.2% 씩 증가하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로컬 푸드가 가능해지면서 시민들의 영양상태가 개선됐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도시농업을 통해 다양한 채소, 과일, 허브, 곡물들이 생산되면서 종자와 생물 다양성이 확대된 것도 장점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시스템은 쿠바의 의학 발전에도 기여했습니다. 쿠바는 미국의 경제봉쇄 등으로 의료기기, 의약품 수입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도시 농업을 통해 생산된 다양한 허브 생산과 사용을 통해 대안적 의약품 개발에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정창기 연구위원은 "쿠바의 도시농업이 지속가능발전 목표들을 완전히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다만 인류가 달성해야 하는 새로운 '사회·생태·경제적 변화'에 대한 탐색에 있어 의미 있는 경험과 지표인 것은 틀림없다"고 말했습니다.

▲쿠바 알라마르협동조합.[사진제공=희망제작소 정창기]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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