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조선소 폐쇄]'개도 만원짜리 물고 다닌다는 말은 옛말'

조선업 불황에 군산조선소 결국 가동중단거제 대우조선·삼성重도 일부 도크 매각·추진"작업복 입고 돌아다는 것이 자랑이던 시절도 있었는데"수주 점차 살아나고 있지만 앞으로 1년은 고통 지속

▲대우조선해양 거제조선소 전경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조선업이 호황을 이어가던 2000년대 초중반. 조선소가 밀집해 있는 거제에선 '동네 개도 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나돌았다. 슈퍼호황과 건조 경쟁력이 시너지를 내 수주를 척척 따내던 시기의 얘기다. 당시 조선소 작업복은 자랑거리였다. 거리뿐 아니라 가게, 단체로 작업복을 입고 나이트클럽에서 생일파티를 하는 모습도 흔하게 목격됐다고 한다. 씀씀이도 컸다. 서울에서 장사하던 사람들도 거제로 몰려갔다. 가게만 열면 옷이 팔렸고, 횟집은 10만원 이하 메뉴들을 상 위에 올리는 일이 없었다. 조선소 근로자 부인들은 외국 명품 브랜드 가방을 앞다퉈 구입했다. 옥포와 장승포 일대 유흥업소는 불이 꺼지는 날이 없었다. 한 조선소 직원은 "나이트클럽에선 조선소의 야근 동향까지 방송할 정도였다"며 "이젠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이라고 헛헛해했다. 호황만 계속될 것만 같던 조선소는 3~4년째 불황을 이어가고 있다. 상선과 해양플랜트 수주 사이클이 엎치락 뒤치락하며 조선소 수주를 메웠던 틀이 무너지면서부터다. 국제유가 급락으로 해양플랜트는 물론 기름을 옮기는 유조선까지 발주가 끊기며 조선 시황이 급격히 악화됐다. 여기에 무리하게 수주했던 해양플랜트 분야에서의 손실까지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조선소는 인력 감축·임금 반납 등 구조조정에 놓이게 됐다. 조선소에서 일하는 정규직 직원은 2년 사이 1만명 이상 일자리를 잃었다. 사내 협력사 직원과 프로젝트성으로 잠깐 일하고 가는 '물량팀'까지 포함하면 구조조정 규모는 훨씬 커진다. 이들을 모두 포함한 국내 조선사들의 전체 고용 인원수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18만여명으로 전년 말 기준 2만여명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거제 지역에서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들은 지난해 6500여명으로 전년 대비 82%나 늘었다. 거제 의 실업률은 2.6%로 거제시가 자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8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선주사들의 발주가 지난해 바닥을 찍고 차츰 회복되고 있는 것은 그나마 긍정적이다. 하지만 올해 수주분은 설계와 자재 구매 등의 기간을 고려하면 빨라도 올 연말, 내년 초에나 실제 건조에 들어갈 수 있다. 당분간은 일감 부족 현상을 오롯이 버텨내야 한다. 조선 3사가 올 들어 현재까지 수주한 규모도 조선 호황기와 비교하면 아쉬운 수준이다. 조선 3사의 총 수주액은 5월 현재까지 100억 달러에 못 미친다. 2000년대 초중반엔 연간 300억~400억 달러를 가뿐히 넘겼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과거와 같은 호황은 누리지 못하겠지만 친환경 선박 규제가 강화되고 관련 수주가 늘면 내년부턴 그나마 동료들을 떠나보내는 일이 없지 않겠느냐"며 "어떻게든 그때까진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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