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석학 칼럼]영국을 위한 브렉시트 전략

영국 하원의 조기 총선에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동안 브렉시트 협상을 준비해온 영국의 전략상 실수는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 실수는 영국이 브렉시트 협상을 일종의 전쟁과 같은 상황으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즉 영국은 협상에서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고 상대를 격파시키기 위해 자신의 협상 전략을 숨겼다. 이는 디데이를 미리 정해 놓고 비밀 유지에 힘 쓴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브렉시트는 이와 전혀 다른 문제다. 영국은 적을 굴복시키기 위해 애쓸 것이 아니라 가까운 이웃나라는 물론 관계를 소원하게 할 수 없는 다른 국가들과 다각적인 이해관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메이 총리가 '나쁜 합의보다 합의가 없는 것이 낫다'면서 펼친 벼랑 끝 전술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영국 정부는 당사자들이 모두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협상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영국과 EU간 자유무역협정(FTA)를 포함해 양자 모두에게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협상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뜻이다. 협상 과정에서의 공정함, 개방성, 투명성은 양측의 이해득실을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따져보는 데 필수적이다. 또 다른 실수는 영국이 배타적으로 자국의 이익에만 집중했다는 것이다. 효과적인 협상은 충분한 상호이해가 바탕이 될 때만 가능하다. 예컨대 영국과 EU가 처한 상황은 조금 다르다. 영국은 신속하게 교역 문제를 다루고 싶어하지만 EU는 걸프협력회의(GCC)에서부터 미국ㆍ캐나다ㆍ싱가포르ㆍ베트남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이르기까지 이미 진행중인 협상들이 많다. 영국은 EU와의 협상에서 새치기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EU는 이미 협상을 진행중인 다른 나라들로부터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EU는 브렉시트 협상이 다른 교역상대국들에게 주는 메시지까지 생각해야 한다. 영국은 브렉시트 협상에서 이런 점까지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영국은 비현실적인 기대를 양산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브렉시트 협상은 분명 길고도 험난한 과정이 될 것이다. 기대가 과도하면 시민들도, 기업들도, 협상 주체들 스스로도 실망하게 마련이다. 시간을 고려해 기대치를 설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영국은 2년내 협상을 끝내고 싶어하지만 앞서 EU가 캐나다나 일본과 FTA 협상을 마무리 짓는 데는 약 10년이 걸렸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토대로 보면 영국이 2년간 얻을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상황은 EU와 합의를 위한 큰 틀을 완성하는 것이다. EU 회원국들의 승인 절차를 고려하면 마지막 협상 타결까지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영국 정부는 이를 공개화하고 대중들에게 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영국은 EU와 잠정적인 합의를 이루는데 주력해야 한다. 영국 수출의 40%는 EU 몫이다. 영국은 협상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국경간 분쟁을 다룰 수 있는 여유가 없다. 하물며 2년 안에 아무런 합의에 도달하지 못해 협상이 장기화된다면 더욱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메이 총리의 벼랑 끝 전술은 협상 과정을 무력화하는 전략이 아닌, 완전히 잘못된 전략이다. 브렉시트 협상의 결렬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이는 다시 말해 이미 EU의 공동농업정책(CAP)에 따른 손실을 겪고 있는 영국의 농업 산업이 14.4%의 관세를 적용받게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의 낙농업 수출은 평균 40%의 관세를 물게 될 것이다. 영국 경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서비스업의 경우 WTO의 수출 규정이 가장 낙후돼 있는 분야다. 6개국을 제외한 WTO 회원국 164개국이 모두 EU와 FTA 협상을 체결했거나 체결중인 상황 역서 WTO 체제의 불리한 점을 잘 보여준다. 메이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안정된 정권을 유지해 브렉시트 협상력을 키우려고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더욱 협력적이고, 외부지향적이며 현실적인 협상 전략이 필요한 때다. 나이리 우즈 옥스퍼드대 블라바트닉 정치대학교 학장/번역: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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