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매일유업 인적분할 통해 지주사 체제 전환 속도이랜드그룹·롯데그룹, 경영 효율성과 지배구조의 투명성 확보 취지7월 '자산 요건' 강화前 지주사 전환 수요 봇물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유통업계가 잇달아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나서고 있다. 샘표식품이 지난해 지주사 전환을 완료한데 이어 크라운해태제과가 올해 3월 초 지주사 체제로 공식 출범했다. 매일유업과 오리온도 지주사 전환 작업에 한창이며, 이랜드그룹과 롯데그룹 등 유통그룹 역시 지주사 전환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업계는 이들이 지주사 전환을 서두르는 배경으로 정권교체 이후 지주사 요건과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꼽았다. 특히 7월부터 시행되는 지주사 자산총계 요건 강화와 맞물려 있단 분석이다. 또 오너들의 기업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고, 향후 경영권 승계도 쉽게 할 수 있다는 점도 '지주사 전환'을 선택하는 이유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이 이랜드월드 내 패션사업부문을 별도법인으로, 이랜드월드 손자회사 이랜드파크를 자회사로 올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시기는 이랜드리테일 상장 직후다.6월 이랜드월드 자회사로 이랜드파크가 들어오면 사업형 지주사 역할을 하게 된다다. 이랜드그룹은 이랜드리테일 상장이 성사되면 이랜드월드의 순수지주사 전환 작업에도 착수할 예정이다.이랜드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재무개선 조치들과 내년 이랜드 상장이 마무리되면 패션·유통을 중심으로 간결하게 정리될 것"이라며 "이랜드 입장에서도 선진적인 지배구조 체계를 갖춰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라고 말했다.
▲롯데월드타워 전경
롯데그룹은 지난달 26일 롯데제과 중심의 지주사 체제 전환을 발표,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첫발을 내딛었다. 롯데그룹은 롯데제과와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를 투자 부문과 사업 부문으로 분할하고 롯데제과 중심으로 다시 투자 부문을 합병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다. 식품업계도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매일유업은 지난 2일 지주회사 부문과 유가공 사업 부문으로 분할하고 김정완·김선희 공동대표 체제에서 김정완 회장 단독 대표체제로 변경했다. 김 회장은 존속회사인 매일홀딩스 대표이사로 남으며 김선희 사장은 인적 분할로 설립되는 매일유업 대표이사로 취임한다. 매일홀딩스는 자회사 지분의 관리와 투자를 맡고, 매일유업은 유가공 제품 개발 및 생산, 판매 등을 담당한다.오리온도 투자사업과 식품사업 부문으로 나눠 오는 6월1일까지 인적분할을 실시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자회사 지분의 관리와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투자사업 부문과 음 ·식료품의 제조, 가공, 판매를 담당하는 식품사업 부문으로 나뉜다"며 "분할 존속회사는 추후 현물출자 등을 거쳐 지주회사로 전환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크라운해태제과그룹은 창립 70년을 맞아 지난 3월2일 지주회사인 '크라운해태홀딩스'와 사업회사인 '크라운제과'로의 분할을 완료하면서 지주사 체제로 공식 출범했다. 크라운해태홀딩스는 해태제과를 비롯한 자회사 관리와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지주회사 역할을 담당하며 신설된 크라운제과는 사업회사로서 식품제조와 판매에 집중한다. 유통업계가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서두르는 까닭은 올해 7월부터 지주회사 자산요건이 상향되는데다 상법개정안, 법인세법 개정안 등 이른바 경제민주화 법안이 작년부터 쏟아져나오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은 현재 지주회사 요건을 자산규모 1000억원으로 정하고 있지만 7월부터 5000억원 이상으로 높아진다. 실제로 오리온, 매일유업, 크라운제과의 지주사들은 자산총계가 5000억원 미만이다. 이들은 지주사 등록 후 10년 내에만 자산총계 요건을 갖추면 된다.또 현재 발의된 법인세법이나 상법 개정안(일명 경제민주화법)이 통과되면 지주사 전환에 자기주식을 활용할 수 없거나 공익법인의 의결권이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지주회사 전환은 단기적으로는 주가 상승 및 대주주의 지배권 강화 효과도 내고 중장기적으로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으로도 풀이 된다. 자본시장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대선에서 주요 정당 대통령 후보들이 내놓은 지주회사 요건 강화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며 "경과규정에 따른 유예기간이 정해진다면 법 시행 전까지 기업들이 인적분할을 서두를 것"이라고 말했다. 19대 대선 후보 가운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등이 기업지배구조와 관련 지주회사 요건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문 후보와 안 후보는 지주사의 자회사에 대한 지분 의무보유비율을 현재 20%(상장사 기준)에서 30%로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상법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인적 분할 시 자사주 활용이 제한되기 때문에 기업들은 자회사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야 한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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