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토론 아닌 일대일 방식…120분간 진행文 "이명박ㆍ박근혜 경제정책 실패"劉 "김대중ㆍ노무현도 잘한 것 없어"洪 "노무현 정부 때 빈부격차 최악"安 "文ㆍ洪ㆍ劉는 모두 전임정권에서 책임"감정 공방 줄어들고, 반어법 횡행
28일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5차 TV토론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전경진 기자, 문채석 기자] 19대 대선을 불과 11일 앞두고 열린 다섯 번째 TV토론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네거티브 공세의 역풍을 우려한 후보들의 칼날은 예전보다 무뎌졌고, 앞서 전해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비용 요구 소식에 사드가 토론의 주요 주제로 떠올랐다. 28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개최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의 경제분야 토론회에선 자유토론이 아닌 일대일 토론방식이 적용됐지만 '송곳토론'은 이뤄지지 않았다. 토론에선 과거 정부에 대한 경제 책임론이 고개를 들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경제 실정을 집중 부각한 반면 보수 진영의 후보들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무능을 들고 나왔다. ◆文 "이명박·박근혜 실정" vs 洪 "노무현 정부 때 지니계수 최악"…劉 "문 후보 같은 대통령 뽑으면 국민이 후회"= 포문은 문 후보가 열었다. 그는 "경제성장률, 국민소득 증가율, 청년실업률, 국가·가계부채 등 모든 지표를 봐도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의 경제 성적이, 앞선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시절보다 못하다"고 비판했다. 또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에게 "(유 후보가) 저 멀리 별에서 갑자기 날아온 게 아니다"면서 "박근혜 (정부) 시절 여당의 중요 직책에 있었으니 먼저 반성해야 진정성이 있다"고 몰아붙였다.반면 유 후보는 "김대중ㆍ노무현ㆍ이명박ㆍ박근혜 4개 정부에서 평균 성장률이 5%ㆍ4%ㆍ3·%ㆍ2%로 5년마다 1%포인트씩 내려왔다"며 "5년마다 정권을 바꾸며, 제대로 된 성장정책을 추진하지 못했다"고 맞받았다. 그는 "10년간의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때도 잘한 것이 없다"면서 "문 후보는 '정권교체만 하면 된다'고 하는데 문 후보 같은 대통령을 뽑으면 우리 국민이 후회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양극화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를 들고 나왔다. "노무현 정부 시절 이 수치가 가장 컸다"면서 "당시에는 길 가다 넘어져도 노 전 대통령을 탓하고, 골프장에서 OB가 나도 탓할 만큼 국민이 증오했다"고 비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노 전 대통령 당시 민정수석으로 근무한 문 후보와 박근혜 정부에서 여당에서 일했던 홍ㆍ유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다. "전임 정권에 많은 책임이 있는 분들"이라며 "(당시) 제대로 된 구조개혁을 못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성장론 vs 분배론 정면충돌= 이날 토론의 백미는 '성장론'과 '분배론'의 충돌이었다. 문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복지에 무게를 둔 반면 홍 후보와 유 후보는 성장패러다임에 방점을 찍었다. 다만 각론에선 문 후보가 일자리 추경을, 안 후보가 벤처·중소기업 위주의 성장을 각각 주장했다. 홍 후보는 기업의 기살리기를, 유 후보는 혁신을 들고 나왔다. 심 후보는 불평등 해소를 앞세웠다. 일대일 토론마다 일자리 창출과 복지·성장 패러다임 등의 문제가 튀어나왔고 양보 없는 설전이 이어졌다. 문 후보는 "당선 즉시 '일자리 100일 플랜'을 가동하고 10조원의 추경을 편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공공일자리 81만 개, 주 52시간 법정 노동시간 준수에 따른 일자리 50만개 증가 공약도 재확인했다. 그는 "일자리를 여전히 기업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데 무책임한 것"이라고 못 박았다. 반면 안 후보는 "정부주도로 재벌에게 특혜를 주면서 성장했지만, 이제는 민간중심으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이 성장해야 질 좋은 일자리가 생긴다"고 말했다. 주체를 민간과 기업으로 삼아야 한다는 게 문 후보와의 차이점이었다. 홍 후보는 그동안 강조해온 담뱃값ㆍ유류세 50% 인하, 통신비 인하, 김영란법 개정 등을 다시 끄집어냈다. 유류세 인하 효과만으로도 7조2000억원의 가처분 소득 증가와 10만명의 일자리가 창출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홍 후보는 이날도 경기 침체의 모든 책임을 강성·귀족 노조의 탓으로 돌려 문 후보, 심 후보와 설전을 이어갔다. 벤치마킹 모델인 트럼프 대통령을 앞세워 법인세를 인하하고, 강성노조를 타파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유 후보는 경제 위기의 원인으로 재벌이 지배하는 잘못된 시장경제와 대기업 혁신의 실패를 꼽았다. 그는 "국민경제에 부담을 줄 정도로 부실화되면 정리해야한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성과를 극소수가 점유하지 않도록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면서 "불평등을 해소하는 강력한 소득주도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洪-劉, 보수 후보 간에도 법인세·재벌개혁 이견…洪 "토론 태도 왜 그러냐" vs 沈 '말 섞기 싫다"= 같은 보수 진영의 홍·유 후보 간에도 법인세 인상 등을 놓고 뚜렷한 시각차가 드러났다. 홍 후보는 기업의 기를 살려 투자를 늘리기 위해선 법인세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유 후보는 현행 22%에서 25%로 일정 비율의 법인세를 올리는 방안을 내세우며 팽팽히 맞섰다. 유 후보는 법인세 인하가 곧바로 투자로 연결되지 않는다면서 사내 유보금만 늘었던 과거 사례를 적시했다. 오히려 경제위기는 재벌의 미혁신 탓이라고 몰아붙였다. 반면 홍 후보는 "우리만 정반대로 간다"면서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그리스는 불황기에 증세해서 복지를 강화했다가 망했다"고 주장했다. "감세하고 구조조정으로 살아난 나라가 아일랜드와 영국"이라며 "그 경험을 살펴봐야한다"고 맞섰다. 두 후보는 재벌기업에 대한 시각도 달랐다. 홍 후보가 "삼성이 혁신을 안 했으면 일본의 소니와 샤프를 눌렀겠느냐, 계속 혁신을 해서 눌렀다"고 주장하자, 유 후보는 "삼성이나 현대차도 20년간 혁신에 게을렀다"고 평가했다.후보 간 공방도 이어졌다. 지지율 1, 2위 후보인 문 후보는 대선 직후 곧바로 정부가 출범하는 점을 들어 안 후보의 '국회의 총리 추천안'을 비판했다. "시간만 지연시킬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반면 안 후보는 "협치에 필요하다"며 맞섰다. 개성공단 재개와 관련해선 홍 후보가 문 후보에게 "유엔 결의 위반"이라고 지적했고, 문 후보는 "대화 국면에서 가능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홍 후보의 계속된 강성·귀족 노조에 대한 공세에 '노동자의 대표'를 자처하는 심 후보는 "주적이 노조인가"라며 맞섰다. 또 문 후보는 "무노조인 삼성이 (국내에 머물지 않고) 왜 해외로 나가느냐"고 공격했고, 홍 후보는 "글로벌 기업이라 그렇다"면서 "무노조라서 세계 1위 기업이 됐다"고 맞섰다. 심 후보는 시작과 함께 홍 후보를 겨냥해 "말을 안 섞으려 했는데 토론의 원칙이 그렇지 않다"며 마지못해 일대일 토론을 이어갔다. 이에 홍 후보도 "나도 얘기하기 싫다"고 맞섰다. 결국 두 후보의 감정은 토론 도중 폭발했다. 심 후보는 "(보수여당이) 집권하면서 정경유착하고 재벌들 뒷바라지해서 경제를 말아먹었다"면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매섭에 몰아붙였다. 이에 홍 후보는 "토론 태도가 왜 그러냐"며 "정리해고법을 만들 때 여야합의로 만들었다. 심 후보도 통진당 하실 때 같이 만든 것 아닌가"라고 맞섰다. 안 후보는 문 후보의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공약과 관련, "한 사람당 3300만 원 인건비로만 계산하고 부수비용을 따지지 않았다"고 따져 물었고, 문 후보는 "공무원은 7급 7호봉, 경찰은 경사 7호봉으로 계산한 것으로 충분히 여유 있게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 후보는 안 후보에게 "중소기업이 청년을 고용할 때마다 50만원씩 국가가 (임금을) 지원하겠다는데, 기존 직원과 입사자의 임금 역전 현상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한편 문 후보는 이날 지난 토론에서 유 후보에게 "정책본부장에게 물어보라"는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큰 틀의 방향을 토론하고 세부 수치는 정책본부장끼리 토론하면 좋겠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한미 FTA, 사드 배치도 도마에…文 "트럼프 요구 액수는 연간 예산의 400분의 1"= 2011년 체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홍 후보는 "당시 민주당에서 을사늑약이라며 나를 매국노라 했다"면서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이 FTA를 불평등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우리가 한미 FTA를 체결한 사람"이라고 반박했다. 경제분야 토론회였음에도 사드 배치 비용 부담 문제도 비중 있게 거론됐다. 배치 비용을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이어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10억 달러(약 1조1300억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사드 1개 포대의 가격에 해당한다.이를 두고 문 후보는 "우리 국가 예산의 400분의 1에 해당한다"며 탄식했다. 문 후보와 심 후보는 이를 두고 사드배치에 찬성하는 다른 후보들을 공격했다. 문 후보는 사드 배치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선 안 후보에게 "결국 사드를 다들 찬성해 우리의 (대미) 협상력만 떨어졌다"고 지적했고, 안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흔들기로 우리가 비용을 부담할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맞섰다. 결국 국방위원장 출신이 유 후보가 나서 "국방부가 오늘 밝혔듯이 (비용 부담과 같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며 "기업인 출신인 트럼프가 사드 배치를 앞세워 기존 방위비 분담 등 다른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은 사드 부지를 제공할 뿐 미국의 비용 부담원칙은 불변이라는 이유에서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전경진 기자 kjin@asiae.co.kr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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