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미란기자
오는 30일 필리핀 다바오, 제너럴산투스, 인도네시아 비퉁을 잇는 신항로에 로로선 운항이 시작되면 화물 운송시간이 기존 3~5주에서 2일로 단축돼 해양교역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지역 경제가 되살아날 것이란 희망이 있다.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커지면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다."인도네시아 중부 술라웨시섬 북쪽의 해안지역 비퉁에서 옷가게를 하는 코 로렌스씨는 수산업 경기 부진으로 침체된 지역 분위기가 최근 반전될 것이란 희망에 들떠 있다. 이지역 소상공인 대부분이 비슷한 바람을 가지고 있다. 비퉁지역을 중심으로 이달 말 필리핀과의 무역에 새롭게 도입하는 '신항로'와 '로로선(Roll-on Roll-off) 운항이 지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신항로 덕 확산되는 해양무역= 인도네시아 정부와 필리핀 정부는 최근 몇 주간 개발한 신항로와 해운 시스템에 대한 최종 세부 사항을 조율하기 위해 관련 시스템을 점검하는 등 막바지 준비에 돌입했다. 두 나라가 새롭게 개척한 신항로는 필리핀 다바오, 제너럴산투스, 인도네시아 비퉁을 잇는다. 이 항로는 기존 필리핀 마닐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비퉁 항로보다 더 저렴하고 빠른 항로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네티 무하니 인도네시아 경제조정부 지역협력과 아세안 담당 부국장은 "동서균형 발전 측면에서 동쪽 끝 지역인 비퉁의 발전을 꾀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의미다. 현재 태국과 말레이시아와도 신항로 개척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운송 비용 절감 효과도 획기적이다. 기존 항로에 비해 새로운 항로에서는 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최대 1500달러의 비용이 줄어들 전망이다.항로 개척과 더불어 새롭게 도입되는 로로선도 이목을 끌고 있다. 첫 로로선의 주인공인 아시아 해운회사의 100TEU급 '슈퍼셔틀로로12호'는 오는 30일 첫 항해를 시작한다. 벌써부터 비퉁에는 첫 항해를 준비하는 로로선을 점검하는 손길이 분주하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이 배의 첫 운항을 직접 지켜볼 예정이다. 이는 이 배에 대한 양국의 기대감이 남다름을 알려주는 예다. 비퉁에서 필리핀으로 보낼 첫 수출품으로는 브라운 코코넛, 코프라, 옥수수, 사료 원료 등 농산물과 목재, 시멘트 등이다. 신항로는 운송 서비스 요건이 정착된 후 화물전용 노선으로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필리핀 무역산업부의 노라 테라도 홍보담당 차관은 새 항만 시스템을 도입하며 "아세안 경제공동체 2025 실현을 위해서는 지역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시스템은 필리핀 제품, 특히 민다나오지역 제품 홍보를 위한 길을 열어주는 등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라며 높은 경제성을 평가한 바 있다.필리핀과 인접한 인도네시아 비퉁 항구를 오가는 화물선에 컨테이너가 가득 적재돼 있다.
두 나라 간 신항로 개척과 로로선의 데뷔는 국가 간 무역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이 하는 다양한 시도 중 하나다. 섬 지역이 많은 아세안 지역의 특성상 아세안 단일 해운시장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은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역내 선박 서비스가 좀 더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선박 서비스의 제약 요인들을 없애고, 통합적이고 경쟁력 있는 해양교통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가 추진되는 중이다. 특히 강이나 섬 지역이 많은 아세안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내륙수로나 해양 운송로의 발전이 두드러지고 있다. 고대부터 문명의 발생지였던 강을 중심으로 인프라를 구축해 경제발전까지 꾀한다는 계획이다. 2003년 탁신 시나왓 태국 전 총리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경제 협력 프로그램은 미얀마의 에야와디강, 태국의 짜오프라야강, 메콩강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해운 시스템 외에도 아세안 회원국은 보다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경제활동이 가능하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나의 비전' '하나의 정체성' '하나의 공동체'를 추구하는 아세안은 경제 격차와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아세안 연계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생산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아세안 회원국의 삶의 질을 높여 아세안 회원국 경제 개발 격차를 완화하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