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등 일부 대형 증권사들이 지난해 2000억원대 자산운용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연계증권(ELS)과 채권 투자 손실 등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한국신용평가의 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해 자산운용 손실이 가장 컸던 대형 증권사는 NH투자증권으로 2235억원에 달한다. 2015년 996억원에 비해 두 배 이상 손실 규모가 커졌다. 업계 1위인 미래에셋대우도 2015년 1052억원의 자산운용 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 두 배가량 늘어난 2027억원의 손실을 보였다. 초대형 투자은행(IB) 대상이 되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들만 놓고 보면,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각각 1964억원, 283억원의 자산운용 손실을 기록했다. 유일하게 삼성증권만 795억원의 자산운용 이익을 냈다. 한화증권의 경우 중형사임에도 2340억원으로 국내 증권사 중 가장 큰 규모의 자산운용 손실을 보였다. 신한금융투자도 950억원으로 비교적 큰 규모의 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키움증권은 1115억원으로 가장 많은 이익을 냈으며, 메리츠종금증권도 1061억원 이익을 기록했다. 키움증권의 경우 2014년과 2015년에도 각각 654억원, 1112억원의 이익을 거뒀으며, 메리츠종금증권 역시 같은 시기에 607억원, 2001억원씩 이익을 냈다. 자산운용 부문에서 비교적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자산운용 손실이 큰 증권사들은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특정 기초지수 쏠림 현상의 폐해로 볼 수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1~2013년에는 코스피200을 기초지수로 한 ELS 발행 비중이 전체의 80%를 차지하다가, 2014~2015년에는 홍콩 H지수 ELS 발행 비중이 60%에 이르렀다. 그런 상황에서 H지수가 지난해에 전년의 반토막 수준까지 급락하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이런 여파로 지난해 ELS 전체 발행금액은 49조4116억원으로 전년 대비 35.8%나 줄어들기도 했다. ELS 쇼크는 채권 투자 손실로도 이어진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ELS 발행회사는 대체로 발행 시점에 모집한 금액의 70~80%를 국채와 금융채, 회사채 등 채권포트폴리오에 투자한다. 국내 증권사들의 보유 채권 규모는 2011년 말 100조원에서 지난해 9월 말 184조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2012~2013년 ELS 발행금액이 연간 45조~47조원이었는데, 2014년 72조원, 2015년 77조원 규모로 늘어난 영향이 커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중금리가 크게 오르자 상대적으로 채권 평가 손실이 커졌다. 시중금리가 오르면 고정금리인 채권의 가치는 떨어진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말 증권사 CEO들을 만나 업계의 핵심 리스크 요인으로 금리 상승에 따른 보유채권 손실 위험을 지적하기도 했다. ELS 우려는 다시 불거지고 있다. 올해 1분기 ELS 발행금액은 전 분기 대비 10.6% 증가한 19조8922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유로스톡스(EURO STOXX)50과 항셍지수(HSI)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발행이 각각 91.4%, 230.6% 크게 증가했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상황은 과거 H지수 녹인(Knock-In·원금손실 기준) 발생 전 상황과 너무 유사한 측면이 많다”면서 “발행이 유로스톡스50에 극단적으로 많이 쏠리고 있으며 이에 대한 경고가 많이 나오지만 점점 무뎌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발행회사는 기초지수별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자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정례적인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위기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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