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 전곡 연주' 대장정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18일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 전곡 연주' 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베토벤을 연주하면 할수록 매력을 느끼고 계속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 10년간 더 가까워지고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건반 위의 구도자' 피아니스트 백건우(71)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 전곡 투어로 국내 관객과 만난다. 지난 2007년 전곡 리사이틀을 선보인 그가 10년 만에 또다시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라는 모험에 뛰어들었다.백건우는 18일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2017 백건우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 프로젝트' 간담회에서 "베토벤의 작품은 봐도 봐도 끝이 없고 볼수록 새롭다"면서 "올해는 2007년의 리바이벌이 아닌 다시 해석한 베토벤을 들려주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베토벤이 전 생애에 걸쳐 작곡한 피아노 소나타 32 전곡은 서양 음악사의 흐름과 시대정신을 집대성한 걸작이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초대 상임지휘자를 지낸 피아니스트 한스 폰 뷜로는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가리켜 피아노의 '신약성서'라 평했다.백건우는 2005년 10월 영국 데카 레이블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녹음 계약을 체결, 메이저 클래식 레이블에서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발매한 첫 번째 한국인 피아니스트다. 당시 그는 32개 소나타를 중기, 초기, 말기 작품 순으로 3년에 걸쳐 녹음했다. 이후 2007년 12월 베토벤 소나타 32 전곡을 일주일 만에 완주하는 무대를 국내에서 선보였다.'베토벤 그리고 백건우, 끝없는 여정'이라는 타이틀로 마련된 이번 전국투어는 지난달 29일 충남 공연을 시작으로 오는 22일 인천 서구 엘림아트센터, 마지막 공연인 10월14일 수원 SK아트리움까지 서울·경기·대전·대구·안동·울산·부여 등 전국 주요 도시 30여 곳에서 올 연말까지 진행된다. 9월1일부터 8일까지(4일 제외)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공연에서는 32 전곡 연주된다.또 한 번의 베토벤 전곡 프로젝트에 대해 백건우는 "연주를 하면 할수록 좀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고 더 새롭게 느껴지기 때문에 모험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올해 공연이 10년 전과 달라진 점에 대해선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공연한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많은 곳에서 연주할 수 있다는 건 한국 클래식 무대가 그만큼 넓어진 덕분"이라면서 "한 프로젝트로 전국에서 작업하는 것과 하나의 그림 안에서 32곡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했다. 다만 지방 공연의 경우 한 연주회당 소나타 4곡만 연주할 수 있어 '월광', '비창' 등 주제가 있는 곡을 하나씩 배치해 프로그램을 짰다고 설명했다.백건우는 전곡 완주의 첫 곡을 소나타 1번이 아닌 20번으로 정했다. 순서를 바꾼 것과 관련해 그는 "순서는 중요하지 않다. 한 곡 한 곡이 다 중요하고 완벽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19, 20번은 사실 1번 전에 베토벤이 스케치한 곡이다. 몇 살 때 썼는지는 모르지만 이전에 쓴 곡을 나중에 손질한 것"이라면서 "그 곡이 너무 순수하다기에 시작으로 적합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그는 베토벤과 다른 작곡가와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백건우는 "다른 작곡가를 공부하다 보면 시작과 끝이 보이고,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어느 정도 마스터할 수 있다. 그런데 베토벤은 공부하면서도 깜짝 놀란다.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까' 놀란다"고 했다. 이어 "그의 작곡을 완전히 소화한다는 건 힘들고 앞으로도 계속 연주하면서 재발견해야 할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위대한 곡"이라고 평가했다.끝으로 그는 "베토벤이라는 작곡가는 음악 역사에서 너무 뛰어난 작곡가이기 때문에 음악인의 삶을 좌우하는 거인인 것 같다"면서 "이런 훌륭한 작품과 인생을 같이 한다는 건 행운"이라고 했다.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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