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공공사 낙찰률 현실화해야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건설업계에서는 공공공사의 낙찰률을 10%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방적인 업계 의견으로 치부할 수도 있으나, 건설업계의 실상을 보면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현실이다. 건설업체 영업이익률은 2010년까지는 5%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마이너스로 전환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한 2015년 영업이익률은 0.6%에 불과하다. 그 원인으로서 과도한 금융 차입 등이 거론되나, 공공공사에서 가격 위주의 입찰 제도가 널리 활용되면서 적자 시공이 늘어났다는 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공공사 현장을 가보면, 저임금의 외국인 근로자가 많다. 국내의 우수한 숙련인력을 고용하려면 노무비가 20% 이상 높아진다. 결국 노무비만 현실화하더라도 낙찰률이 10% 가량 상승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더 나아가 시공 과정에서 질적 투자를 강화하고, 기술개발투자 등을 유인하려면 공사비 현실화가 중요하다.  최근 중대형 공공공사에서는 최저가낙찰제가 폐지되고, 종합심사제가 운용되고 있다. 낙찰률도 약간 상승했다. 그런데 건설업체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낙찰률을 가지고 공사비의 적정성을 판단하는데 오류가 있다. 낙찰률이란 예정가격 대비 낙찰가격의 비율이다. 그런데 분모가 되는 예정가격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낮아져 왔다. 결국, 동일한 낙찰률일지라도 실공사비는 하락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의 의견을 보면 예정가격 산출에 사용되는 표준시장단가가 불합리한 사례가 많다고 한다. 표준시장단가는 10여년동안 거의 변동이 없는데, 그동안 물가상승을 고려할 때 상식적이지 않다. 예를 들어 철근공의 시중노임은 지난 10여년간 30% 이상 상승했다. 그러나 '철근현장가공 및 조립' 공종의 표준시장단가는 오히려 5% 하락했다. 이렇다보니 철근콘크리트 계약공사비가 실행가격에 미치지 못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이는 하도급 업체의 어려움으로 직결된다.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도입한 '계약심사' 제도에 대해서도 원성이 많다. 엔지니어가 산정한 설계가격을 무조건 2∼5% 삭감해 예정가격을 작성한다. 이는 낙찰률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일본의 국토교통성에서는 엔지니어가 설계한 금액을 감액해 예정가격을 작성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법적으로 보더라도 예정가격의 고의적 삭감은 도급 계약상 청약 유인에 하자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공정거래법 또는 예정가격 작성 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세부공종별 단가 심사도 개선해야 한다. 단가 심사는 덤핑 입찰을 방지한다는 취지로 도입되었으나, 실질적으로는 낙찰률을 억제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또 단가심사기준이 공개되기 때문에 입찰자 입장에서는 원가계산도 필요없이 전략적 투찰을 하게 된다. 결국 투찰률이 몰리면서 무작위 낙찰로 귀착되고, 이는 건설업체의 경쟁력을 저하시킨다. 이제는 선진국과 같이 입찰자가 자신의 견적 가격을 솔직하게 제시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끝으로 정부나 발주기관에서는 '낙찰률'이라는 허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선진국의 경우, 낙찰률을 가지고 공사비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 예정가격도 공개하지 않는다. 대부분 ㎞당 또는 ㎡당 공사비 자료 등을 축적한 후, 해당 공사의 기술적 난이도나 물가변동을 고려해 입찰자의 투찰 가격을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내에서도 이제는 '낙찰률'이라는 용어를 없애고 새로운 가격평가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최민수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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