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다는 노란 리본

세월호 참사 3주기·미수습자 수습 본격화로 찾는 이 늘어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노란리본 주문이 7만 개 밀려 있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요."지난 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노란리본공작소에서 만난 정찬민(60)씨의 말이다. 정씨는 말하는 도중에도 쉴 틈 없이 노란리본의 재료인 EVA지를 자르고 또 잘랐다. 온라인으로 신청을 받아 제작하는데, 이곳 광화문광장의 경우 하루 3500~5000개를 만들지만 수요는 이를 훌쩍 뛰어넘는다. 결국 개인이나 단체가 한 번에 최대 1000개씩 신청할 수 있던 걸 600개로 줄였다가 4일부터는 100개로 제한했다. 진상규명 등을 위한 서명자들에게 나눠주는 물량을 대기에도 벅차다. 정씨는 "신청 수량이 너무 많아 14일부터는 아예 온라인 신청을 막을까 한다"고 말했다.이처럼 세월호 참사 3주기가 다가오고 인양 후 미수습자 수색이 본격화되면서 노란리본을 다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무사귀환을 기다림'이라는 뜻인 노란리본은 미국 남북 전쟁당시 청교도 부대에서 유래됐다. 우리나라에선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후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의미에서 노란리본 캠페인이 시작됐다. 사람들은 직접 옷 가슴팍에 노란리본을 부착하는 것은 물론 각각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노란리본 그림을 올려 추모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마침 이날 중학생 딸을 뒀다는 중년 남성 한 명이 광화문 노란리본공작소로 찾아와 "딸 아이가 학교 친구들과 함께 노란리본을 단다고 해서 근처에 왔다가 대신 받을 겸 여기 들렀다"며 노란리본을 요청했다. 100개를 받은 그는 "여기까지 왔는데 100개만 더 주실 수 없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이처럼 광화문광장으로 직접 찾아와 노란리본을 요청하는 이들도 최근 들어 부쩍 늘었다는 게 공작소 관계자들의 말이다.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에 있는 서촌 노란리본공작소도 바쁜 건 마찬가지다. 이곳을 담당하는 장동엽 참여연대 시민참여팀 선임간사는 "최근 노란리본을 찾는 분들이 훨씬 많아졌다"며 "이전에는 신청 단위가 20~30개였는데 요새는 1000개 단위로도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노란리본의 인기는 특히 젊은 층에서 높다. 대학생 장모(25)씨는 "그동안 세월호에 대해 잊고 있었는데 지난달 선체 인양 소식을 접하고 '내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했다"며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게 노란리본을 다는 일이라고 생각해 최근 가방에 달게 됐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노란리본을 직접 만들러 광화문에 왔다는 덕계고 1학년 김은지(17)양도 "이제 곧 세월호 3주기가 다가오고 있어 노란리본을 달아 추모하고 싶은 마음이 평소보다 더 크다"고 말했다. 한편 광화문 인근 서촌에선 78개 가게들이 모여 지난 1일부터 '서촌길 노랗게 물들이기'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매장마다 노란리본을 비치해 나눠주고 있다. 가게 주인들은 "세월호를 추모하며 진실을 밝히는 데 공감해달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서촌 노란리본공작소에 쌓여 있는 노란리본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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