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용돈 모아 주식 2주 구입, 주주로서 발언…'갤럭시노트7 같은 일 없었으면' 뼈 있는 조언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말끔한 정장차림의 어른들이 가득한 엄숙한 분위기. 주총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과 반전의 한 방, TV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주총회의 모습이다. 주총은 기업의 한 해 살림을 되돌아보고 내일을 준비하는 자리다. 대표이사를 비롯한 회사 핵심 관계자들과 주요 주주들, 일반 주주들이 섞여서 신임 이사 선정, 재무제표 승인 등 현안을 처리하는 자리다. TV 드라마에서는 극적인 효과를 노린 갖가지 '양념'이 동원되지만, 현실의 주총은 사뭇 다르다. 의견이 엇갈리는 주주들이 불꽃 튀는 정면대결의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물 흐르듯 부드럽게 정해진 안건을 통과시키고 마무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24일 '슈퍼주총 데이'를 맞아 수많은 기업이 정기 주주총회 행사를 열었다. 이날 진행된 다양한 주총 중에서도 삼성전자 주총은 유독 관심의 초점이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증시를 선도하는 핵심 기업이라는 위치도 그렇지만, '총수의 구속'이라는 비상한 상황을 맞이하는 거대 기업의 내일을 궁금해 하는 이들의 시선이 몰린 탓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24일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 48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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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고 딱딱하게 진행될 것처럼 보였던 삼성전자 주총은 '새로운 인물'의 등장으로 분위기 반전을 이뤘다. "처음으로 주총에 와서 떨린다." 24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삼성 서초사옥. 제48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이날 행사에서 단연 눈길을 끈 인물은 어린 소년이었다. 삼성전자의 주주로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고자 참여한 유모군의 나이는 불과 12살이었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오늘 주총에 참석한 최연소 주주 같다"면서 손을 들고 발언을 신청한 유군에게 이야기를 할 기회를 줬다. 유군은 "다음에는 시간일 걸리더라도 갤럭시노트7 폭발 같은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짧은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주총에 참여한 주주들의 마음을 그대로 반영한 내용이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노트7 문제로 큰 타격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계열사들의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재정적인 피해는 열심히 노력해서 회복할 수 있지만,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었다. 유군은 바로 그 지점을 얘기한 셈이다. 좋은 제품을 내놓는 것도 좋지만, 안전하면서도 신뢰를 잃지 않는 제품을 통해 '주주권리'를 강화하도록 노력해 달라는 얘기다.
올해로 창립 48년을 맞은 삼성전자는 눈부신 발전으로 양적, 질적 성장을 이뤘다. 각종 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하지만 지난해 갤럭시노트7 사태와 올해 이재용 부회장 구속 사태 등은 앞만 보고 달려가던 삼성전자를 되돌아보게 한 계기였다. 회사 안팎의 문제로 국민적인 우려를 자아내게 했고, 리스크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상황, 2017년 3월 현재 삼성전자가 겪고 있는 현실이다. 12살 어린 주주, 유군의 굵고 짧은 한 마디는 그런 점에서 시사점을 남긴다.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말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권오현 부회장은 "(최연소 주주로) 역사적인 순간이 될 것 같다"며 "앞으로는 젊은 층의 의견을 받아서 좋은 제품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어린 주주의 제안이었지만, 수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유군은 부모님께 받았던 용돈을 모아 삼성전자 주식 2주를 샀다고 한다. 아버지와 함께 주총에 참여한 것은 경제 현실을 직접 보고 느끼라는 취지의 '체험학습' 차원에서 이뤄졌다. 12살 꼬마와 48살 삼성전자의 만남, 어떤 소년에게 평생 잊지 못할 이날 하루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기본'의 중요성을 되새긴 시간이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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