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청년대책]청년실신·이생망…10차례 대책 쏟아내도 답없는 청년실업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정부가 22일 발표한 '청년고용대책 점검 및 보완방안'은 생계로 구직이 어려운 저소득층, 구직 단념이 우려되는 장기실업자, 학교 밖 청소년 등 청년층 가운데서도 특히 취업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집중적으로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맞춤형 지원을 통해 이들이 노동시장에서 이탈하거나 빈곤층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1년에 2~3차례씩 쏟아내는 대책에도 불구하고 청년실업률은 갈수록 치솟고 일자리의 양과 질 모두 악화되고 있어, 이번 대책이 갖는 실효성에도 의문표가 붙는다. 헬조선, 청년실신(청년실업+신용불량),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 등 흙수저 청춘들의 자포자기에는 최근 청년실업난의 심각성이 그대로 담겨있다.◆대책 쏟아내도 답 없는 청년실업=이명박(MB)정부 마지막 해였던 2012년2월 4.2%였던 실업률은 박근혜정부 임기에 속하는 지난달 5.0%까지 높아졌다. 실업률 5%대는 7년1개월 만에 처음이다. 같은 기간 청년실업률 역시 8.3%에서 12.3%로 치솟았다. 무려 4%포인트 오른 수치다. 이 기간 9차례의 청년일자리 대책이 포함됐음에도 불구하고 지표는 갈수록 악화된 것이다.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는 2015년7월 발표한 청년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을 통해 약 11만9000명의 일자리 기회를 창출한 것으로 평가했다. 또 이듬해 4월 청년·여성 취업연계 강화방안은 3만1000명의 취업을 지원한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규채용 대부분은 공공부문에 그쳤고, 청년인턴은 목표치(2년간 4만5000명)를 1만명 이상 밑돈다. 청년취업과 임금피크제를 연계한 세대간 상생고용도 목표치(2만명)에 훨씬 못미친 7000명선에 그쳤다. 청년층의 중소기업 장기근속과 목돈형성을 돕겠다는 청년내일채움공제 역시 목표(1만명)을 밑도는 6591명에 불과해 향후 예산규모 편성 등에 어려움을 겪는 상태다. 실효성을 높이겠다며 야심차게 발표한 대책들마저 미흡했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이유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보고서를 통해 “청년 일자리 창출을 엄청난 예산을 썼는데도 사업 인지도가 낮고, 사업참여 후 인턴과 비정규직 등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경우도 거의없을 정도로 일자리의 질도 낮다”며 “청년고용정책은 수두룩하지만, 장기적 안목보다는 단발성으로 그치는 게 대부분이고 성과도 낮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재정을 투입하는 단기적인 처방보다 경제 구조 전반을 아우르는 중·장기적 시각의 해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의 청년실업난은 비정규직과 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구분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높은 대학진학률, 경기침체 등 경제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 더욱이 저출산·고령화 추세와 맞물려 청년실업난은 더 심화될 수 밖에 없다. 류상윤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관련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성장 흐름이나 청년층 인구 추세가 20년전 일본과 유사하다"며 "잠재성장률이 회복되지 못한다면 청년고용의 어려움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결국 소비와 내수를 활성화해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다시 기업의 채용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축이 시급하다는 설명이다.한국고용정보원 관계자는 "정부에서 청년고용을 확대하기 위해 지원하는 사업은 많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작동되지 않는 부분도 많다"며 "사업간 연계를 강화하는 노력을 더 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일자리 예산은 17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3000억원 늘었다. 청년 일자리 예산도 2조6000억원이 투입된다.◆朴정부 10번째 청년대책, 중심은 취약계층=문제는 이번 대책도 이 같은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눠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꽁꽁 얼어붙은 체감경기 등 경제구조적 환경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투입과 혜택 확대 만으로 얼마나 일자리 창출이 이뤄질 수 있을 지 물음표가 붙는다.다만 청년층 가운데서도 특히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저학력 청년 등 취업취약계층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 지원책을 강화한 것은 의미가 있다. 생계에 급급해 제대로 된 직장을 얻지 못한 채 아르바이트 중인 저소득 청년층, 제대로 된 구직정보조차 얻지 못해온 학교 밖 청소년 등을 정규 노동시장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청년 장기실업자(구직기간 6개월이상) 추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구직활동 중인 학생, 취업하지 않은 채 직업훈련 등도 받지 않는 니트(NEET)족 등 통계기준에 미처 반영되지 못한 사실상의 실업자들까지 포함하면 체감실업률은 30~40%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160만명 상당으로 추정되는 청년니트족이 계속 무직 상태로 중장년층이 될 경우 청년실업은 더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은퇴 후 부모세대의 빈곤문제, 세대갈등, 국가의 부양부담, 국가생산성 저하 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특히 최근 들어 청년층 장기실업자와 구직단념자가 증가하면서 일할 의지를 잃고 아예 구직시장에서 이탈하는 이들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른 상태다. 지난달 15∼29세 쉬었음 인구는 1년 전보다 1만1600명 늘어난 36만2000명을 기록했다. 또 지난해 6개월 이상 장기실업자 가운데 청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이후 12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또한 이번 대책에는 중소기업 장기근속을 돕는 방안과 임금체불·열정페이 등 상대적으로 열악한 고용관행을 개선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노동시장에 진출한 청년 대졸자의 19.8%가 대학 졸업 후 2년 내 이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신입사원조차도 3년내 이직비율이 60%를 웃돌았다. 처우가 열악한 중소영세업체의 경우 이 같은 비율이 더 높았다. 정부 관계자는 "많은 과제들이 정상추진되고 있지만 고용여건 개선에 대한 청년의 체감도는 낮은 수준"이라며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고 취약계층의 구조적 어려움이 더 심화되고 있다는 판단이 이번 대책 마련의 이유"라고 설명했다.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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