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슈퍼 '과일 차별화' 이끄는 박진수 MD 시행착오 두려워 않고 긍정ㆍ열정으로 똘똘
롯데슈퍼 '초코향이 나는 딸기' 출시를 진두지휘한 박진수 과일팀 상품기획자(MD)가 서울 잠실 본사에서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롯데슈퍼 제공)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100% 성공했다고 말은 못한다. 이제 시작이다." 롯데슈퍼의 실험작이자 야심작 '초코향이 나는 딸기'(이하 초코향 딸기) 출시를 진두지휘한 박진수 상품기획자(MD)는 '장기적으로'란 표현을 많이 썼다. 초코향 딸기가 단발성 아이디어가 아닌 중ㆍ장기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서울 잠실 롯데슈퍼 본사에서 박 MD를 만난 지난 14일은 화이트데이이자 초코향 딸기 판매 마지막 날이었다. 롯데슈퍼는 초콜릿향을 품은 이색 딸기를 이달 10부터 14일까지 전국 롯데슈퍼 매장과 온라인몰 롯데e슈퍼에서 1만팩 한정으로 팔았다. 그간 실제 초콜릿을 입힌 딸기, 딸기 캔디 등은 시판됐어도 초코향 딸기의 경우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었다.
롯데슈퍼에 진열된 초코향 딸기(사진=오종탁 기자)
푸근한 인상의 박 MD는 "쪼코(초코향) 딸기를 본 고객들 반응이 '신선하다'와 '딸기가 딸기다워야지 뭐 이러냐'로 갈리는 것 같다"며 "지금까지 절반 정도가 팔려나갔는데, 매장 분위기를 계속해서 살피며 향후 보완 방안 등을 고민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웃는 얼굴 한켠에 진지함과 열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박 MD는 2009년부터 9년째 롯데슈퍼 과일팀 소속이다. 과일 상품 기획만큼은 롯데슈퍼에서 박 MD를 따라올 사람이 없을 정도로 전문가다. 최근 신선식품 물가 고공행진에 소비심리까지 위축되면서 과일 판매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박 MD는 토로했다. 그는 "우리를 비롯한 모든 유통업체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틈새 아이템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며 "물론 주력 품목 경쟁력을 유지하는 게 기본이지만, 이 밖에 차별화한 상품을 누가 먼저 찾고 판매해 성공하느냐가 공통의 관심사"라고 전했다. 롯데슈퍼는 이미 2015년 7월 '애플 수박'을 차별화 상품으로 선보인 바 있다. 크기가 사과처럼 작은 수박이다. 당시 고객들 중 일부는 '사과향이 나는 수박이냐'고 오해하기도 했다. 여기서 박 MD의 머리가 번쩍 뜨였다. '진짜 수박에서 사과향이 난다면 잘 팔리겠다!' 이후 박 MD는 홍삼향 사과를 만드는 업체와 제휴를 맺고 초코향 딸기 개발에 나섰다. 이 업체는 홍삼 원액을 기체화시켜 사과 안에 주입하는 특허 기술을 보유했다. 사과, 홍삼 등은 무엇으로든 치환 가능한 변수였다. 속전속결로 일이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당초 지난달 밸런타인데이에 초코향 딸기를 출시할 계획이었다가 시행착오 극복에 번번이 실패하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한 달 미뤘다. 제조 공장에서 다시 심기일전한 끝에 적절한 배합 비율을 찾아 결국 시장에 내놓게 됐다. 박 MD는 "이 상품에서 끝낼 게 아니라 고객의 니즈(need)를 반영해 장기적으로 다양한 차별화 상품을 소개할 계획"이라며 "바닐라향 참외, 코코넛향 귤 등도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이날 초코향 딸기는 막판 스퍼트를 내며 '완판'됐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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