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표명 미루면서 관심 집중
"선거 엄정히 관리하겠다" 발언에 불출마 시각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사진 제공: 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가 즐겨쓰는 단어가 있다. '금수저와 흙수저'로 대표되는 사회계층 양분화 논란 속에서 '무수저'라는 말이 그것이다. 두 달 전 기자들과의 간담회는 물론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되기 이전 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황 권한대행의 '무수저' 발언을 접한 적이 있다. 주변에서도 황 권한대행과 별도로 만났을 때 '나는 무수저'라는 말을 들었다는 사례를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무수저'에는 아무런 집안 배경 없이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올라왔다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그런 황 권한대행에게 이번 주는 '무수저'에서 한단계 도약하느냐, 아니면 멈춰야 하냐를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언론과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보수지지자들은 황 권한대행에게 더 높은 자리를 원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사실상 막을 내렸지만 황 권한대행의 무수저 신화가 좀처럼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배경이다.언론과 정치권의 압박은 연일 강도가 세지고 있다. 언론은 '왜 선거일을 지정하지 않냐. 혹시 출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냐'고 속내를 드러내라고 촉구한다. 정치권에서는 보수와 진보에 따라 확연히 입장이 엇갈린다. 구(舊) 여당인 자유한국당은 사실상 출마를 종용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이 나오기 전부터 "결단하려면 당장해야 한다"고 외친데 이어 파면 결정 이후에는 김황식 전 총리를 대체카드로 만지작거리며 황 권한대행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출마해서는 안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정치적으로 어떤 유불리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황 권한대행은 여전히 모호한 입장이다. 다만 황 권한대행의 일거수일투족, 그리고 발언으로 어떤 선택을 할 지 유추할 뿐이다.황 권한대행의 발언만 놓고 보면 대선 출마가능성은 낮다는 쪽이 설득력을 얻는다. 황 권한대행은 지난 10일 대국민담화에서 "위기는 하루 빨리 극복하고, 국정은 조속히 안정돼야 한다. 화합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국정 안정과 공정한 대선관리는 이룰 수 없다"고 밝힌데 이어 15일 3·15의거 기념사에서는 "정부는 이번 대통령 선거가 반드시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가 되도록 더욱 엄정하게 관리하겠다"고 언급했다. "선거를 엄정히 관리하겠다"는 발언이 국정에 전념하겠다는 메시지라는 것이다.반면 특별한 이유 없이 선거일 지정을 미룬 점을 미뤄볼 때 출마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타진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최근 들어 황 권한대행이 정치권 인사들과 자주 연락을 주고 받는다는 소식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황 권한대행이 언제까지 언론과 정치권의 주목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주 대선일을 공식 지정할 때 본인의 거취를 표명하는 것 조차 현재로서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황 권한대행의 일정을 감안할 때 17일 오전께 임시국무회의를 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날 오후에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예방이 예정돼 있어 그 전에 대선 출마 여부를 밝히기가 어렵다는 관측이다.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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